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 사전 독려하고 현장 참석에도

1만명도 못 넘겨… 

지난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당과 야3당의 일본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에 5000명 남짓한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집회 전부터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직접 독려·참석하고 기본소득당, 진보당과 전문 시위 단체가 앞장섰음을 감안할 때, 오염수 이슈가 동력을 상실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등 야(野) 3당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과 함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정부 규탄 제2차 범국민대회’를 열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1차에 이은 2주 연속 대규모 주말 장외 집회다.

이재명 대표는 단식 중에도 오염수 투기 저지를 위해 모여달라고 지지자들에게 독려하고, 이날 행사에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 규탄!’이라고 쓰인 손 피켓을 들고 무대에 올라 “외국이 대한민국 영토를 침범하고 해양 주권을 침범하면 당당하게 대통령이 나서서 ‘이건 아니다, 방류를 중단하라’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비록 이루지는 못했을지라도 나라가 과거로 퇴행하는 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역사적 퇴행과 민주주의 파괴를 막고 국민이 진정한 주권자로 존중받는 민주 공화국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했다.

그러나 대정부 집회가 ‘이 대표 방탄 집회’로 전락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민주당 지지 성향의 여성 중심 커뮤니티 사이트 ‘82쿡’에도 이런 점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집회 화력이 안 붙는 이유는 다 이재명 방탄 민주당 때문이다. 국민들도 짜증 나서 더 이상 힘 보태주기 싫어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서명창에 이재명 사진으로 도배해놨던데, 그런 서명창마저 이재명 홍보를 하는데, 서명이나 집회 나가면 이재명 지지자인 것을 인증하는 걸로 보인다”는 글이었다.

“오염수로 野지지율 올리겠단 건 착각”이런상황속 주요 여론조사에서 야당 지지율이 급등하지 않고 여당의 우세가 지속되는 것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때와는 다른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수산물 등 먹거리 불안감 때문에 원전 오염수가 꺼림칙하고 뿌리 깊은 반일 정서도 있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는 반대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 문제가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는 야당의 공세에는 동의하지 않는 국민도 많다”고 했다. 광우병 우려가 컸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주체가 우리 정부였던 2008년과 원전 오염수의 방류 주체가 일본 정부인 최근과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서 과학적 결론이 도출된 만큼 민주당이 괴담 선동을 멈춰야 한다”며 ‘과학 대(對) 괴담’ 프레임으로 맞선 것도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과거 광우병 파동이나 사드 전자파 사태와는 다르게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야당의 공세가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란 것이다. “민주당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지만, 일본 오염수 반대 민심이 야당에 대한 지지로 모일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 등 과거 야당의 주장이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는 ‘학습 효과’도 일본 오염수 관련 공세가 잘 안 먹히는 원인 중 하나”라고도 볼수도 있다.

‘핵폐수’ ‘방사능 테러’ ‘태평양전쟁’ 등 국민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비과학적 ‘괴담 정치’로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는 민주당도 무책임하다고 보는 국민이 많다는 견해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일 때와 말이 달라진 것도 영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 때에는 “IAEA 기준에 맞는 절차에 따라서 (방류가)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거는 없다”(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일본의 주권적 영토 내 사항”(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란 입장을 보였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입장이 달라진 것은 야당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전, 아사히신문기자 출신의 말을 전언해본다. 최근 매달 한·일을 왕래하면서 이 ‘처리수’ 방류를 둘러싼 양국의 온도차를 느껴왔다. 한국에서는 연일 ‘처리수’ 방류 관련 뉴스를 보는데 일본에서는 뉴스에도 별로 안 나오고 대부분 사람이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만나는 일본인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지만 “무슨 이야기?”라며 아예 방류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화제”라고 하면 “왜?”라고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일본사람이 한국사람보다 관심이 낮은 이유를 생각해 봤다. 일본에서 관련 보도가 적은 것도 있지만 ‘처리수’라는 말로 이미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느끼고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일본정부는 ‘처리수’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여론조사에선 ‘처리수’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보다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대표가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어느 모로 봐도 공감하기 어렵다. 169석을 보유한 제1 야당의 대표임을 망각한 무책임한 처사란 비판이 과하지 않다.

“민주당이 공포마케팅’에 화력을 지나치게 집중한다면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중도층에서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최근 여론의 흐름은 2008년 광우병 파동 때와는 다른 분위기임을 생각하기 바란다..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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