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재난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항공우주국 NASA는 인간이 주도한 지구온난화가 오래 지속된 결과라는 것이다. 기후가 자연현상 같지만, 실은 사람이 만든 결과일 수 있다.

탄소방출에 따른 대기오염, 에너지 과다사용에 따른 환경훼손 등이 초래한 인재(人災)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환경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국민도 드물다. 1987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환경권이 명문화됐다. 헌법 35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2항은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소중한 환경자산은 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환경파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왜 내 재산권을 침해하느냐”는 반박이 앞서기도 한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도 하나의 개체일 뿐인데 동물·식물·바다 등 환경의 존재 자체에 대한 권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올 여름 극심한 날씨는 그 동안 안일했던 지구촌의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경력한 경고다. 가속화되는 기후 위기에 대한 방어를 위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기록적인 더위와 강수로 시작됐던 이번 여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진 무더위, 폭우, 맹렬한 산불로 전 세계 지역사회를 뒤흔들었다.

라하이나 화재는 과거 100년 이래 가장 치명적인 재해다. 더 높은 기온, 더 습하고 더 강력한 폭풍, 점점 더 파괴적인 화재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지구촌이 온난화의 결과에 얼마나 대비하지 못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환경권은 인간의 권리만이 아니다. 에콰도르는 2008년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했다. 자연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법적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에콰도르는 헌법에 근거해 강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공사를 불허하기도 했다. 자연의 권리까지 보장하는 헌법과 법률은 볼리비아, 뉴질랜드,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파나마 등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미국 정신의학계에서는 2014년부터 폭염이나 혹한 등 예측 불가능한 기상상황으로 물리적인 피해를 보지 않더라도 우울감·죄책감·불안·분노·좌절·억울함 등 복합적인 증상을 ‘기후고통(Distress·정신적 괴로움)’이라 정식 명명했다. 기후변화로 고통을 느끼고, 암울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사람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최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정신의학자들은 기후고통의 총량이 ‘세계대전에 준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앞으로 재난 수위가 높아질수록 기후고통이 우울증·조현병을 뛰어넘는 정신건강의 최대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얼마전 세계 환경위기를 시각으로 표현하는 ‘환경위기 시계’가 발표됐다. 130개국 1805명의 전문가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한국의 환경위기 시각은 지난해와 같은 9시28분이고 세계 평균은 9시31분이다. 환경위기 시각은 0~3시는 ‘좋음’, 3~6시는 ‘보통’, 6~9시는 ‘나쁨’, 9~12시는 ‘위험’을 뜻한다. 12시에 가장 가까워 위기감을 드러낸 대륙은 북미와 오세아니아로 10시21분이다. 앞으로 오랜 시간 인류는 기후위기와 세계대전에 준하는 장기전을 치를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과거로부터 찾아야 한다. 지난 몇년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문제는 사회·경제만이 아니라 삶의 양식 전반을 변화시켰다.대한민국 헌법제35조1항을 국가와 사회는 사문화 시켜서는 안될일이다.

현재의 기후 변화가 몰고 오고 있는 끔찍한 상황을 주목해야하고 정치권,정부,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 해나가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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