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민주당이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친명계와 비명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실제로 본회의 후 한 차례 정회하는 등의 진통 끝에 밤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론뿐 아니라 계파 간 진단과 해법이 엇갈리며 고성으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조정식 사무총장이 사의를 밝히는 등 지도부에서부터 공백이 생기며 후폭풍이 시작됐다.

아직 이재명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당 대표 구속이란 초유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도 하기때문이다. 향후 민주당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야 대치 상황엔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안개정국일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사실상 현 지도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현 위기를 수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로 인해 비명계는 더욱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진 의원은 "탈당할 것"이라고 소리치며 의총장 밖으로 뛰쳐 나왔다. 또 다른 의원은 이에 대해 "양쪽이 과격하게 서로 공격하고 분열적으로 가니 '탈당하겠다'고 (밖으로) 나왔다"며 "이런 당에서 지역구까지 운영하면서 국회의원 못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내 혼란의 중대한 변곡점은 내주로 예상되는 법원의 이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다.만약, 영장실질심사 결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재명 체제'는 비명계의 사퇴 압박 속에 그야말로 붕괴 위기에 직면할 전망이다.반대로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이 대표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해 당내 수습에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대거 이탈표라는 정치적 타격으로 인해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기에 당내 입지가 예전만 못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4개월 동안 정치는 물론이고 국정까지 ‘이재명 방탄’의 볼모로 잡혀 있었다. 대선에 진 사람이 자신의 비리 방탄을 위해 야당 대표가 된 것부터가 정상적 여야 정치를 가로막는 장애가 됐다. 압도적 의석을 이용해 온갖 탄핵, 해임 건의, 특검, 국정조사 등으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놓으려 했다. 각종 입법 폭주도 정부를 압박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타협 정치는 불가능했고, 국정도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이재명 체포안 가결로 이런 국정 왜곡과 정치 실종 사태는 끝나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체포안 가결로 ‘방탄 정당’의 오명을 어느 정도 벗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체포안에 반대한 친이재명계 의원이 여전히 다수다. 이들은 이 대표 사퇴를 끝까지 반대할 것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배신자들을 색출하겠다”며 국회 난입까지 시도했다. 끝없는 방탄과 입법 폭주로 멍들었던 민주당이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내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이제 대표직을 사퇴하고 재판에서 혐의를 벗는 데 전력하는 것이 옳다. 그게 무엇보다 민주당을 위해 최선의 길이다. 끝까지 당권과 공천권을 지켜 민주당을 이용하려 한다면 민주당은 더 어려워지고 국정도 어지러워진다. 무엇보다 이 대표 스스로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호위에 기대려 하지 말고 어떤 선택이 당 전체를 위하는 길인지 자신의 거취를 깊이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이제는 이 대표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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