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김상호
               칼럼니스트 김상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4일간 단식의 명분은 ‘윤석열 정권 폭주 저지’였다. 그러나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입법권력을 가진 원내 1당 대표였고, 목적도 자신을 위한 동정 여론 조성이어서 공익(公益)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석 달 전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는데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하루 전날 부결을 호소했다. 구차했고, ‘방탄’의 불명예만 남았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며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구속돼도 옥중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강성 지지자들은 “배신자를 색출해 정치생명을 끊어놓겠다”고 했다. 이건 민주주의와 무관한 야만의 괴성(怪聲)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당 조직을 총동원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 제출을 강요하고, 구속에 대비한 석방 요구 결의안 이야기도 회자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지난 사흘간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실로 참담한 실정”이라며 “배신, 가결표 색출, 피의 복수와 같은 소름 끼치는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살인 암시 글까지 등장하는 한편 소속 의원들이 국회법이 규정한 비밀투표의 원칙을 어기고 부결 인증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 이른바 '배신자 색출'이 이어지자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해 '상대방 죽이기'가 아니라, 이 상황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책임을 우선하는 정치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맞는 말이다.

이 대표가 연루된 10여 개 사안은 성남시장 시절의 뇌물·횡령 혐의 사건이다. 민주당을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반대 방향으로 질주했다. 대선 패배 이후 성찰의 시간을 갖는 대신 서둘러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당 대표직을 움켜쥐었다. 그를 정점으로 한 거대 야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4개월 동안 ‘방탄’을 위해 숱한 무리수를 두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다. 한덕수 총리에 대한 뜬금없는 해임건의안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민주당은 일인자를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정치적 공격성을 자랑하는 팬덤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팬덤정치는 충동과 분노의 소용돌이일 뿐, 그 무엇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성적인 다수를 침묵의 세계로 밀어넣는다. 이 대표는 팬덤정치에 편승해 민심과 충돌하는 폭주를 멈춰야 한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26일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달려 있다.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민주당은 더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설령 영장이 기각 되더라도‘단식 정국’을 끝낸 이 대표 앞에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든 민주당을 수습할 책임이 놓여 있다.

이 대표가 나 하나 살자고 민주당을 사유화해 분열의 사지(死地)로 몰아넣고, 민주주의 시스템을 흔들면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당을 분리시켜야 한다. 스스로 결백하다고 장담하지 않았는가. 특권을 내려놓고 개인 자격으로 당당하게 맞서 무죄를 받아낸다면 정치적으로 부활할 것이다. 한국 정치의 혼돈을 정리하기 위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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