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법 정비 등 생략한 정치적 발상” 반발

의대 정원 확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늘리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구는 2년째 줄지만 65세 이상 노인이 건보 진료비의 43%(2022년)를 쓸 정도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파동(2000년) 때 의(醫)·정(政) 합의사항으로 2006년 의대 정원을 10%(351명) 감축해 3058명이 굳어졌다.

이에 17년 만에 의대 증원 규모가 단기적으로 매년 1000명, 윤석열정부 임기 내 최대 3000명까지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기피현상’ 등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7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인구 당 의사 수가 적은 나라는 멕시코뿐이다.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를 빼면 가장 적다. OECD 평균은 3.7명이다.

정부의 이 같은 수치 제시에 따른 의대 증원 방침에 의사 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원 확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 정비와 재정 투입 등을 생략하고, 단순하게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치적 발상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 불사’ 천명이다.

정부는 현업 종사자인 의사 단체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OECD 국가 전체 평균과 우리나라 의사 수를 비교하는 것은 각 국가들의 다양한 인구 역학·의료제도·건강보험·의료자원과 문화 등을 고려할 때 정확하게 비교하기 어려운 점들이 적잖다. 따라서 의대정원 논의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모든 면에서 환경이 가장 유사하면서도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를 경험한 일본과 비교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5~20년 빠른 1990년대 초반부터 초저출산 현상을 경험해왔고, 2014년 고령화율이 26%를 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 초저출산 현상이 시작돼 2030년이면 고령화율이 25%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 비율을 매칭 해 비교하면 일본은 1998년 고령화율 15.91%에 총의사수 23만 8771명, 인구 천 명 당 의사 수 1.89명으로 나타났고, 우리나라는 2020년 고령화율 15.79%, 총의사수 13만 14명, 인구 천 명 당 의사 수 2.51명으로 나타났다. 즉 고령화율 약 15% 매칭 인구 천 명 당 의사 수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0.62명 많아서 일본 대비 과잉인 의사 수가 3만 2095명에 이른다는 것이 의사단체들의 주장이다.

의대정원 증가가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예컨대 의대정원 350명 증원을 가정하면, 2040년에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현상을 유지할 경우보다 약 6조원 증가한다는 경고도 있잖은가.

물론 소아청소년과와 외과·응급의학과 등의 전문의 확대는 시급하다. 하지만 의대 증원을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내밀어선 안 된다. 의대교육 개편·전공의 수련방안개선·의사 근무환경 개선·의사 경력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책 시행의 권고·의사 인력 양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 및 역할부터 검토한 후 의사단체들과 충분한 논의 결과를 갖고 의료 정책을 결정하길 당부한다. 백년대계라는 교육 문제이자 더구나 인간 생명을 다루는 정부 정책은 심사숙고 후 결정하는 게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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