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아파트 하락세 후유증 최소화해야

건설·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의 정밀한 집행이 요청되고 있다. 시장경제에 기반 해 중장기적 수요·공급 요인을 고려해야 할 정책이기에 그렇다. 널뛰기식 냉온탕 정책은 관련 산업과 서민들 피해만 커질 뿐이다.

최근 전국 아파트 가격이 5개월 넘게 이어진 상승세를 끝내고 하락 전환하는 등 연말 부동산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거래 건수가 줄고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는 데다 강남과 서초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도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역전세(기존 전세금이 시세보다 낮은 상황) 확산, 이자 부담 가중 등에 따른 급매 증가의 영향으로 5% 이상 하락하고, 고금리가 오래 유지된다면 현재 가격의 최대 30%까지 추가 하락 압력이 계속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내 집 마련 사다리 붕괴를 우려한 청년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 대출을 받아 집을 무리하게 구입한 사례가 적잖아 금리 인상과 집값 폭락으로 청년충이 ‘깡통주택’ 당사자가 될 개연성이 크다. 은행권 ‘금융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약 490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27%를 차지한다. 자칫 청년층의 신용불량자 양산 시한폭탄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청년층은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 기반이 아직 약한데다,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대출을 많이 받아 구입했기에 가격 하락 때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건설 경기 하강에 따른 부실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후유증도 만만찮다. 금융권 PF 대출 잔액이 134조원까지 치솟고 있어 금융 당국은 연착륙에 나서야 한다.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작년 말 130조3000억원, 올해 9월말 134조3000억원 등으로 부풀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연체율은 0.37%, 1.19%, 2.42% 등으로 높아졌다.

금융권에선 내년에 만기가 몰리는 브릿지 론의 위험성을 거론하는 쪽이 늘었다. 브릿지 론은 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대출을 말한다. 다음 단계인 본PF와 비교해 예상 수익이 많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만기연장으로 버텨온 30조원 규모 브리지론의 최대 절반가량인 15조원 규모가 최종 손실 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현안 점검 소통회의에서 정부는 정상사업장에 대해 금융공급을 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 유도 등 PF 사업장의 점진적인 연착륙 조치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건 긍정 평가한다. 현재 PF 시장을 만기 연장 방식으로 계속 끌고 가기엔 리스크가 커졌다는 이유로도 풀이된다. 작년에도 레고랜드 사태를 겪으면서 PF 관련 문제가 불거졌고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단계적 정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결국 현실화 되진 않았던 것과 비교해도 다른 대처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의 경우 특히 지방의 중소 건설기업들이 취약하다. 한계기업(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다 갚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16.7%로 높아 작은 압박에도 도산할 위험이 크다. 연체율 상승세도 가파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작년 말 8.2%로 뛰었고 저축은행은 1.2%에서 2.4%로 급등했다.

건설 경기 위축과 고금리로 인한 청년들의 ‘영끌’과 부동산 PF 134조 ‘빚 폭탄’이 한 번에 터지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경제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당국은 상황별 면밀한 대응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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