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제투명성기구 공직자청렴도 순위 31위

일부 공무원들의 공직 윤리 실종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 사무관 4명 중 3명이 허위로 시간외근무수당을 타갔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감사원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년간 금융위 5급 사무관 135명이 2365회에 걸쳐 총 4661만7190원의 초과근무수당을 부정 수령한 사실을 확인했다. 도덕적 해이가 따로 없다.

이는 표본 점검 대상 182명의 74.2%에 달한다. 전수 점검을 한다면 훨씬 많을 수 있다. 충격적인 건 부정 수령자 135명의 부정 수령 횟수가 많게는 91회에 부정 수령 금액은 최대 305만여원에 이른다. 부정수령 행태는 평일 저녁 식사 이후나 주말에 특별한 업무가 없는데도 청사에 들러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입력하는 수법을 썼다. 3년에 걸쳐 지속됐으며 비위의 정도도 매년 심해지고 있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한심한 건 금융위다. 2021년 11월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표본점검을 벌여 소속 직원 7명의 부정 수령을 적발하고도 부정 수령 금액만 환수했을 뿐, 가산징수를 하지 않았다. 징계 등 신분상 조치도 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무원은 근무시간이 하루 8시간을 초과할 경우 '초과 근무수당'을 받는다. 그런데 이 수당을 부당하게 받아 챙기는 비리다.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경찰 등에게 지급된 연 시간외근무수당은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믿기지 않는 엄청난 액수”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 중앙부처·지자체 공무원은 한 달에 19시간 정도의 시간외근무를 하고 월평균 30만원 정도를 받는 것이다. 부당수령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금 도둑’이 따로 없다. 정부가 수시로 공직사회 ‘근무혁신’ ‘공직생산성 향상’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유사 사례가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내부통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공직자 청렴도를 높이는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겠다. 대한민국의 국가청렴도(CPI) 순위는 180개국 중 31위다. 세계적인 반부패운동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23년에 발표한 내용으로 100점 만점에 63점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됐지만 세계 10위권 국력에 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우리 사회에 청렴한 기풍이 좀 더 진작돼야 한다는 국제적 지표로서 시사하는 바 크다. 정부는 공직부패에 ‘철퇴’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발본색원해야 한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에서 공직자들의 특정 후보에 줄서기·각종 이권 개입을 비롯한 비리불공정 특혜 제공·지역 토착 비리·소극행정·근무지 무단이탈 및 출장 중 사적 용무 등 복무규정 위반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유형의 공직기강 해이 행위를 중점적으로 감찰하길 바란다.

물론 대다수 공무원은 청렴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부도덕한 공무원들로 인해 공직사회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 ‘쌀 속의 뉘’를 빼내기 위해선 엄정한 신상필벌이 필요하다.

공직자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비리 행각이 절대 발각되지 않는다거나, 힘으로 누를 수 있다거나, 별 것 아니라는 착각에 빠질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악덕은 미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 그러나 정의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무장한 시민감시망은 더욱 큰 눈을 뜨고 이를 주시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청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공직기관부터 깨끗해야 한다. 공무원이 국민에 봉사하는 공복(公僕)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갑이라는 공직사회의 그릇된 인식부터 바꾸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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