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여성이사 16.3%…OECD 평균 34.2%

여성 인력 효율적 활용이 국가경쟁력 좌우

우리 사회에 양성평등이 이뤄졌다는 건 착각이다.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고 사법시험·공무원 시험·대학교 시험 등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양성평등이 이뤄졌다고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15~64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보다 20% 정도 낮다. 남녀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에서 최하위다.

‘신 남존여비’를 알게 하는 또 다른 지표가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29개국의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평가하는 ‘유리천장(Glass-ceiling) 지수’에서 한국이 12년째 부동의 꼴찌를 기록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유리천장 지수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성별 간 임금 격차·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토대로 산출된다. 한국 지표는 대부분 바닥권이다. 남녀 소득 격차는 31.2%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꼴찌다. 한국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남성보다 17.2%p나 낮아 뒤에서 세 번째에 머물렀다.

공무원의 절반(48%)이 여성인데 관리직 비율은 아직 10%대에 맴돌고 있다. 기업 내 여성 관리직 및 여성 이사 비율 모두 16.3%로 올해 OECD 평균인 3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스웨덴·미국·폴란드의 경우 여성이 고위직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다.

결혼과 육아를 위해 잠시 일의 세계를 떠났던 여성들이 간절히 일터로의 복귀를 원하고 있는데도 현실은 녹록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통해 경력을 쌓았지만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사회반전의 동력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문제는 여성의 경력단절이 당사자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여성 고용 특징은 20대에는 남성과 유사한 고용률을 보이나 출산과 육아를 거치는 30대 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경력단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녀가 성장한 이후인 40대 들어서 고용률이 다시 증가하지만 이는 생계형 하향 재취업의 결과로 보인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여성 당사자의 일을 통한 자아성장과 역량 개발, 경제적 측면에서의 ‘기회비용 및 소득 단절’ 등 개인적 측면의 손실과 부담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비용과 인력 손실· 초저출산 초고령화로 대표되는 불균형 사회 촉발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 인력의 효율적 활용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다. 여성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여성인력 활용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현실은 아니다. 예컨대 취업률 비교를 보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취업률은 65%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의 67%보다는 2.0%p 하락했다.

주목되는 바는 성별 취업률 차이가 해마다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남성 졸업자 취업률은 67.1%, 여성 졸업자는 63.1%로 4.0%p 차이가 났다. 여성에 대한 ‘취업차별’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남존여비’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한국의 남녀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2021년 기준 20.5%p였다. 이는 튀르키예(41.4%p)·멕시코(34.9%p)·칠레(21.2%p)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4위다. OECD 평균은 16.4%p다.

현실적으로 여성은 상대적으로 불평등에 놓여 있다. 정부 정책 입안 시 여성인력 활용을 높이는데 힘써야만 생산인력 확보는 물론 현실적인 저출생 해결책으로 유용하다는 사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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