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수출 한국’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수출이 5년여 만에 7개월 연속 증가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통관 기준 수출액이 450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불황과 세계경제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의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소비 지표도 넉 달 만에 반등했다. 경기가 어느 정도 바닥에서 벗어나는 모습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경제지표의 호전과 달리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의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업종 간 명암이 뚜렷하다. 5개월 연속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수출 호조에 따른 과실은 반도체 등 전자업종이 주를 이룬다. 첨단업종의 적잖은 실적에 비해 동네 슈퍼마켓이나 전통시장에 많은 전문소매점에서는 ‘파리’를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배경은 부익부빈익빈, 곧 심화된 소득 양극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으며 폭넓은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재벌 개혁과 맞물려 있어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초기에 경제민주화를 내걸었지만 되레 재벌과의 노골적인 정경유착으로 파국을 맞지 않았던가.

이런 현실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재벌 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은 긍정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몰아치듯 재벌 개혁에 나서지 않고, 공정위 행정력과 시행령 등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눈길 끄는 대목은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검토와 숙의를 거쳐서 공감대가 확산될 때 정책 시행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우선순위, 입법 필요성 여부 그리고 논의의 성숙도 여부라는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공정위가 해야 될 과제를 단기, 중기, 장기 범주로 나눠서 하겠다는 계획은 재벌 개혁에 대한 이상과 현실을 고려한 의지라고 하겠다.

김 위원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도급 중소기업과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선언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유통·중견기업들을 겨냥하며, 비정상적 유통구조 바로잡기에 나서고 있기에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라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떨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김상조 효과’라는 타이틀을 얻을 정도다.

‘김상조 공정위’로 상징되는 정부는 모든 국민이 자신이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성취감을 갖고 비전을 발견토록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데 힘쓰길 기대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경제적 평등이나 정치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못했기에 부의 양극화, 권위주의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고 갑질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 같은 사회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의 인권 신장을 기하는 정부 정책 및 시민의식 제고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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