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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교실과 더위 피해 떠난 러시아의 ‘드넓은 시원함’
[기고] ‘카우치 서핑’으로 러시아 여행하기 / 동의대학교 한의대 본과 3학년 김보민
2015년 11월 20일 () 13:32:45 김보민 mjmedi@mjmedi.com

   
◇ 3주간 러시아 여행 경로

커뮤니티서 만난 현지 친구들 집 머물며 값싼 여행
사진에 담을 수 없는 아름다움과 규모에 압도돼

초코파이, 러시아 국적기 디저트로 나올 만큼 인기
타타르 카잔에서 맛본 말고기 아직도 입에 맴돌아


“왜 하필 러시아니?” 이것은 제가 러시아로 떠나기 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러시아로 향한 것은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 넓고 광활한 곳으로 탈출하고 싶다는 열망과, ‘이번 여름은 덥기 싫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부족한 글 솜씨임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기회를 얻게 되어, 여름방학 3주간 러시아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아끼고 또 아껴서 출발한 배낭여행
   

김 보 민
동의대 한의대 본과 3학년
bomin.kim@outlook.com

한정된 예산으로 떠나는 배낭여행이었기에 여행경비 절감을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모스크바 직항 대신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국내선을 타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마침 유가가 떨어졌던 시기라, 저는 운 좋게도 40만원에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왕복 티켓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행 동안의 숙박은 ‘카우치 서핑’을 이용하였습니다. 카우치 서핑은 현지인들이 여행객들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고 서로의 문화와 여행 경험을 나누는 여행자들의 커뮤니티입니다. 저는 이 커뮤니티를 통하여 현지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의 집에 머물면서 러시아의 대도시부터 투박한 시골까지, 러시아의 여러 모습을 두루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 러시아의 수도이자 유라시아의 중심, 모스크바
세계의 손꼽히는 대도시답게, 모스크바는 모든 것이 크고 아름다웠습니다. 책으로만 봐왔던 모스크바 크렘린과 붉은 광장, 성 바실리 성당 등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들을 실제로 만났을 때의 감동은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감히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규모와 아름다움에 완전히 압도되어, 저는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붉은 광장과 크렘린을 각각 3번씩 방문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또 가고 싶은 곳으로 가슴 한 편에 남아 있답니다.

   
◇메트로 플랫폼을 향해 끝없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왼쪽). 오른쪽은 모스크바 메트로 어느 역의 벽화 앞에 선 필자.

어느 여행지를 가든, 가장 먼저 여행자들이 만나게 되는 도시의 모습은 도시철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스크바 도시철도 역사들은 유사 시 지하 방공호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아주 깊은 지하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하 방공호라니! 왠지 어둡고 스산할 것 같지만, 대부분의 역사가 웅장한 인테리어와 화려한 예술품들을 전시해놓고 있어서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지하궁전 같았습니다.


■ 모스크바-상트페트르부르크 야간 열차를 타고
저는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할 때에 야간열차를 이용했는데, 8시간이 넘는 이동시간 때문에 4개의 침대가 있는 쿠페 차량에 행낭을 풀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외국인과 세계정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행 내내 저를 포함하여 러시아 사람 2명 이상이 모이면 항상 국가 간 경쟁이나 군사력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그날도 쿠페 칸 안에서 밤늦게까지 ‘비(非)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세계의 여러 현안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표토르 대제가 이룩한 꿈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도시 곳곳을 가로지르는 운하들과 아름답게 잘 보존된 문화유산들을 보고 있으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러시아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8월은 밤 10시가 넘어야 서서히 해가 지고, 새벽 4시면 다시 아침 해가 뜹니다. 덕분에 하루를 길고 여유롭게 쓰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곳곳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친구 마리나의 집에서 머물렀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제가 러시아어로 무엇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마치 어린아이의 옹알이를 지켜보듯이 아주 귀여워 해주셨습니다. 특히 마리나의 어머니인 올가는 저를 딸처럼 챙겨주셨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지막 날 밤, 올가 엄마와 손을 꼭 잡고 함께 한 네바 강의 산책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정해진 식사시간 외에도 간식을 즐겨 먹으며, 식후에는 항상 차를 마십니다. 차를 마실 땐 항상 초콜릿이나 쿠키, 젤리 등의 단 음식을 먹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초코파이는 러시아 국적기의 기내식으로 나올 정도로 최고의 인기 디저트입니다. 여행 전에 준비해 간 초코파이 한 상자는 마리나의 집에서 모두 동나버렸습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던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성 바실리 성당. 상트페테르부르크 교외에 위치한 페테르호프 여름궁전. 아름다운 카잔 모스크의 야경. 보드카 파티 전, 오늘의 저녁 메뉴는 니즈니 비빔밥!

■ 러시아 속의 또 다른 러시아, 카잔
   
◇카잔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최도시로 선정되어 축구 경기장을 비롯한 여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카잔은 러시아연방에 속한 타타르 공화국의 수도로, 일반적인 러시아 도시들과는 다르게 타타르인과 러시아인이 각각 절반 정도로 구성된 도시입니다. 대부분의 타타르인은 이슬람교를 믿고,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정교회를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 치면 경복궁에 해당하는 카잔 크렘린 안에 러시아 정교회의 성당과 이슬람교의 모스크가 함께 위치해 있는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카잔 친구 디나라의 말에 따르면, 중앙의 강력한 통제 덕분에 종교 간 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는 러시아 여행은 저에게 축복이었습니다. 여행 중 마침 한국의 복날이 되어, 디나라와 함께 타타르 전통 말고기 레스토랑을 찾았습니다. 타타르 전통 방식으로 손질한 말고기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육즙이 여행으로 지친 저의 양기를 채워주었습니다. 타타르 말고기의 맛이 아직까지도 입에 맴도는 듯합니다.

■ 아름다운 강의 도시, 니즈니 노브고로드
니즈니 노브고로드는 볼가 강의 가장 큰 지류인 오카 강이 시작하는 곳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니즈니’는 러시아어로 ‘낮은’을 뜻하는데, 이는 도시의 중심을 흐르는 오카 강을 사이에 두고 강 서쪽과 동쪽의 고도 차이로 인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로 고도가 높은 강 동쪽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서쪽 어느 지역에 비가 내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니즈니 친구 올리야는 저와 동갑이고,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 관심사로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올리야의 집에서 매일 다양한 종류의 보드카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올리야는 제가 만난 러시아 사람들 중, 가장 영어를 잘했습니다. 이것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러시아에는 젊은 사람이라도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내가 러시아에 사는데 영어를 왜 해야 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기 때문입니다. 수도인 모스크바에서도 영어가 통하지 않아 곤혹스러운 경우가 있으니, 러시아 여행 전에 키릴 알파벳 정도는 익혀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 여행을 마치고
여행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인종차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여러 편견과는 달리 러시아 사람들은 웃음이 많고, 정말 친절했습니다.
저는 여름에 러시아를 여행하는 바람에 설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겨울 러시아 여행을 추천합니다. 아름다운 건축물, 환상적인 자연 풍경, 푸근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보드카 한 잔이면 살을 에는 추위마저도 추억의 일부가 될 테니까요. до свидань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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