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시대를 역진(逆進)하고 있다. ‘특권 내려놓기’ 약속을 벌써 잊은 듯 보좌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인턴을 줄이는 대신 비서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공무원 증원에는 반대하는 의원들이 자기 직원 늘리는 데엔 손쉽게 합의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국회의원 보좌진 1명을 증원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가결했다.
현재 국회의원 1인을 돕는 보좌직원체계는 4급 2명, 5급 2명, 6급 1명, 7급 1명, 9급 1명으로 인턴 2명을 제외하고 총 7명이다. 하지만 운영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따르면 8급 1명을 신설하고 인턴은 1명 줄이도록 변경된다. 의원 밑에 있는 별정직 공무원이 1명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 인턴 88명이 해직되고, 내년 연말이면 전체 인턴의 45%인 256명의 해직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그 이후에도 유능한 인턴이 많은 데도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이 같은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열정 페이’ 논란을 부른 국회 인턴에 대해 국회 사무처가 지난해 말 2년 이상 재직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하자 인턴 구제 차원에서 시작했다는 풀이다.

의원들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태다. 의원들이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에는 반대하면서 보좌직원 늘리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온갖 이름의 특권은 200개가 넘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해 7월 ‘의원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도 특권 내려놓기에 동의했다. 헌법 사항이 아닌 의원 특권은 개헌에 앞서 법으로 완전 폐지를 선언하라는 게 민심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등 특권 폐지 대상이 적잖다.

문제는 8급 비서직을 신설하는 이번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운영위를 통과했기에 국회 본회의 문턱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의원들이 자신들을 위해 바란다고 해도, 사리에 맞지 않기에 폐지돼야 한다. 유럽 선진국 의원보다 더 많은 세비에다 틈만 나면 보좌진을 늘리려는 의원 이기주의 행태는 중단하는 게 옳다. 의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보좌진 증원이 아닌 책임성 강화다. 실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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