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프로젝트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경청하고 있는 모습

학생들은 근본적으로 배움을 갈망하는 존재이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든, 못하는 아이든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배우고 싶어한다. 예전에는 이런 사실이 모든 학생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공부가 재미없고 힘들어도 학생의 본분이기에 참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었고 교사로서 어떻게 하면 학생이 공부에 흥미를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거기에 초점을 두고 수업 연구를 위해 노력해왔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협력학습 시범학교로 2년간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정 학생이 행복한 교육이란 멀린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기 초, 한 학생이 책상 아래 우유를 두었다가 교실 앞으로 발표하려고 나오던 중 밟아 사방으로 우유가 터져버린 상황. 어느 누구 하나 그 우유를 치우러 나서지 않았다. 어떻게 같은 반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까... 놀란 마음에 물어본 나에게 아이들이 당연하다는 듯 하나같이 했던 말...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저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수업 시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고 할 때에도 경쟁의 시대에 굳이 내가 아는 것을 왜 알려주어야 하냐는 듯 팔짱을 끼고 뒷짐지고 앉아 있던 아이들...
처음 협력학습을 들었을 때 아이들도, 교사인 나도 협동학습과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였고 협력학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익숙한 아이들이 서로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도 많았다.
그러나 교실에서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단지 말뿐인 협력학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협력학습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 속에서 인성교육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협력학습은 교사-교사, 교사-학생, 학생-학생 상호간 2인 이상이 협력적 관계를 맺고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수업의 형태이다. 누구나 가르치는 사람인 화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배우는 사람인 청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선 교사인 나부터 경청과 공감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호응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 한 단원이 끝날 때까지 어떤 아이가 어떤 이야기를 했었는지 기억을 하고 수업에 활용 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학생들도 교사의 모습을 따라 짝 활동, 모둠 활동을 할 때 친구의 말에 귀를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더불어 협력학습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설명해주고 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협력학습에 도전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 PBL수업, 발표 수업을 제시하며 스토리텔링과 연계한 협력 학습을 하루, 하루 실천해 나갔다. 그러자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니 더 이해하기 쉬워요. 재미있어요.” “친구의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고 누군가를 가르쳐 준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보람 있어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중요해요!”
다른 친구와의 대화와 소통에 약했던 아이들... 함께 하는 것보다는 경쟁 하는 것이 더 익숙했던 아이들... 하지만 이제는 자기가 할 일을 하기 전 자기 짝이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주려 한다.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짝, 모둠, 다른 친구가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며 도와주러 다닌다. 어떤 프로젝트 과제가 주어지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해결할지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을 하느라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다.
교사가 환경만 제공해 준다면 학생들은 그들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며 배움의 기쁨을 느끼는 존재이다. 또한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일을 함께 계획해서 수행하는 그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도전하는 태도를 지니고 다른 친구들과 배려하고 소통하는 습관이 몸에 베이며 이를 통해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지식도 창출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협력학습이다. 따라서 이는 자연스럽게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은 학생들의 인성을 바꿀 수 있다. 진정 학생이 행복하고 필요한 교육! 협력학습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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