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사면초가다. 밖으로는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여진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 경제 버팀목 격인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업종 등에서 수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4일부터 TV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의 필수 재료 3종에 대한 한국으로 수출을 규제하고 나서면서 업계가 ‘초비상’이다. 일본은 추가 품목 규제까지 시사하고 있다.

설상가상 안으로는 강경 투쟁에 나선 노조와 규제에 막혀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이 도약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날릴 판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6월 사상 최저인 1.25%로 내린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8월 인하에 무게를 두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격적인 결정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미 국내외 경제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성장률을 줄줄이 낮춰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기존 2.6%에서 2.4%로 하향조정했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5%에서 2.0%로, 골드만 삭스는 2.1%, 노무라는 심지어 1.8%까지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사실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내수와 투자가 얼어붙은 데다 수출마저 곤두박질친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1분기 -0.4%의 역성장에 그친 경제성장률은 2분기와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제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끌어내린 이유다. 올해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에 그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시장에선 국내외 경제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만큼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금리 인하가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지만 부동자금만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 기업 투자가 부진한 것은 자금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업 환경 악화 등 구조적인 요인 탓이 크다. 6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국내 단기부동자금은 1100조원이 넘는다. 이들 자금이 흘러들 수 있는 물꼬만 터주면 기업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건 부인 못할 일이지만, “대외 여건의 영향이 60∼70%”라는 당국자의 분석엔 동의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가 더 큰 요인이라고 본다.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2년 새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강성 귀족노조, 악성 규제 등이 시장의 손발을 묶고 있음을 직시해 정책전환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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