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의「양병론」과 서애의「징비록」을 보면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인재양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임을 절감 심 의 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l승인2019.07.23l수정2019.07.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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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의보 교수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1583년 율곡 이이는 선조에게 십만양병론을 청하였다. “국세(國勢)가 부진함이 극도에 달하였습니다. 10년이 못가서 토붕(土崩)의 화가 있을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미리 10만의 군사를 길러서...위급한 때의 방비로 삼으소서”라며 불의의 변에 대비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무사할 때 군사를 양성하는 것은 곧 화단을 양성하는 것...”이라며 서애 유성룡은 반대했다.

연신들이 모두 지나친 염려라고 하여 끝내 시행하지 못하게 되자, 율곡은 서애를 향해, "속유(俗儒)들이야 진실로 시의(時宜)를 알지 못하거니와 공도 또한 그런 말을 하는가." 하며 수심에 잠겼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서애는 탄식하면서 “쓰러지는 나라를 지키지 못했으니 그 죄는 죽음으로도 씻을 수 없다”'고 하면서 '지난 잘못을 징계해 미래의 환란을 경계'하라는 「징비록(懲毖錄)」을 남겼다.

국보 제132호로 지정된 서책 「징비록」에는, 후일 닥쳐올지도 모를 우환을 경계하지 않은 참혹상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계사년 10월, 거가가 환도하니 불타고 남은 것들만이 성안에 가득하고, 거기에 더해 전염병과 기근으로 죽은 자들이 길에 겹쳐 있으며, 동대문 밖에 쌓인 시체는 성의 높이에 맞먹을 정도였다. 그 냄새가 너무 더러워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 잡아먹어, 죽은 시신이 보이면 순식간에 가르고 베어 피와 살이 낭자했다.”

전 세계는 교육력 전쟁 속에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생명과학 등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경제구조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교육력 확보에 골몰하고 있다. 국가의 힘은 지적자산을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일본의 무역보복도 그 핵심은 반도체 생산기술력의 공격이다. 국가경제의 중추기업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초 일본을 방문하더니 엊그제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이 또 일본에 달려갔다.

자율형사립고는 대부분 교육력에서 우위에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인재양성의 산실이 될 수도 있다. 사립학교는 공립학교 보다 교육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원이동이 제한적이고, 승진경쟁에서 자유로우며, 교사 충원의 자율성과 교원수급의 전략적 조정 등과 교육 관료제로부터의 상대적 자율성, 기업이나 종교로부터 형성된 사회적 자본 등이 그것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초·중·고 모두 수학에서는 11%, 국어는 4%, 영어는 6% 내외의 학생들이 기초학력에 미달하고 있다. 교육력의 실패이다.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도 조만간 결정된다. 교육의 본질에 입각한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에 의한 판단이다. 교육계의 갈등이 깊어가고, 혼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교육력은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이다.

노벨상 학술분야에 25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교육력이 필요하다. 자사고 존폐는 미래 국운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율곡의 「양병론」과 서애의 「징비록」을 보면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인재양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임을 절감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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