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최근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시험 발사가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북한이 지난 5월 두 차례 발사한 동일 기종은 고도와 비행거리가 들쭉날쭉했으나 이번에 쏜 두 발은 50여㎞의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고 비행거리도 600㎞로 같았다. 정점 고도에서 하강하다가 다시 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 방식의 궤적도 확인됐다. 지금까지 개발된 북한 미사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태로, 레이더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

군 당국은 현재 운용 중인 미사일방어(MD) 체계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이 이번 미사일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군 당국은 탐지, 추적, 탄착지점 예측에 모두 실패했다. 두 발의 미사일을 430㎞까지 추적하다 놓쳤고, 비행거리도 430㎞→690㎞→600㎞로 이틀 동안 두 차례나 수정했다. 군은 일반 탄도미사일 궤도가 아닌 불규칙한 풀업 기동 탓이라고 설명하지만 국민은 불안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단거리 미사일로 전혀 언짢지 않다”고 했다. ‘미사일 발사가 미국을 향한 경고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분쟁은 남북 간에 있는 것이며 그것은 매우 오래됐다”고 했다. 미사일 발사를 남북 간 문제로 규정한 것이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작은 미사일 실험을 했을 뿐이고, 많은 이가 실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 본토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데다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의미를 애써 축소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미국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트럼프 정부가 애써 평가절하하는 북한 단거리 미사일은 한국에는 직접적이고 가장 큰 위협이다. 실전 배치되면 제주를 제외한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패트리엇(PAC-3)으로는 요격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은 만큼 군 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우리 방어망에 구멍이 뚫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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