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오는 24일 광화문 집회를 시작으로 장외투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에 반발해 장외로 나섰다 복귀한 지 3개월 만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동시다발 전방위적 구국투쟁으로 문재인 정권의 좌파 폭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했다. 장외투쟁이라는 직접적인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황 대표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라는 자신의 처지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자 장외투쟁을 통해 보수층을 재결집시켜 위기를 돌파하려는 황 대표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한국 갤럽이 지난 9일 발표한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2%포인트 떨어진 18%였다. 황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인 2월 지지율로 되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가 이번 장외투쟁을 통해 25%대를 기록했던 5월 중순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제1 야당 대표가 장외투쟁에 몰두하는 것은 무책임한 선택이다. 한국당은 지난 4월 두 달 넘는 장외투쟁으로 국회 입법기능을 마비시켰다. 한국당은 국회에 돌아온 뒤에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볼모 삼아 국회 정상화를 계속 미뤘다.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4941건이다. 법안 통과율은 29%로 역대 최저다. 다음달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정감사를 준비해야 할 때임에도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야당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보수진영에서조차 “왜 자꾸 밖으로만 떠돌려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 대표 주장처럼 현재 상황은 엄중하고 긴박하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도발로 안보도 위협받고 있다. 이럴 때 제1 야당은 단순한 정부 비판을 넘어 경제와 안보를 살리는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내놓아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지난 2월27일 선출된 황 대표는 곧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이제는 전시성 구호나 장외투쟁보다는 설득력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 승부하는 게 수권정당으로서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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