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8일 끝내 한국을 기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악법’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의 수출 규제 발표에 이은 추가 보복조치다. 백색국가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자의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로, 대상 품목이 1100여개에 이른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정부가 한국에 전면적인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것이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선린 우방’으로 지내온 한국과의 안보 협력을 흔들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경제를 넘어 안보 등 전방위로 퍼지면서 양국 관계가 파탄지경에 처할 것이라는 걱정이 쏟아진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아베 정부는 왜 자해적인 보복조치를 감행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국가 간 신뢰가 깨졌다” “국제무역 규범상 문제가 없다”고 한다. 억지 주장이다. 경제 보복조치의 근저에는 한국경제에 치명타를 가해 아시아 패권국가로 변신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야망이 깔려 있다는 의심을 지울 길이 없다.

백색국가 제외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 이후 구축돼온 국제분업체계와 산업생태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일본의 산업도 온전할 리 없다. 아베 정부는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이 중단되면 한국경제가 회복불능 상태에 처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한국의 전체 산업재 수입에서 대일 비중은 15%를 밑돈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해온 소재·부품도 비용·품질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아예 국산화할 수 없거나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외려 이번 보복조치는 일본 제조업의 기반을 망가뜨리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사회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자충수’ ‘자해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산업계 충격을 최소화하고 소재·부품·장비의 탈일본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 수출구조의 취약점인 ‘가마우지 경제’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등의 소재·부품 원천기술국인 일본에 이득을 빼앗기는 구조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한·일 양국은 동북아 안정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지도국의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시정하고, 우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해 21세기 한·일 신협력시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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