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개월 연속 ‘경기부진’ 판단을 내렸다. ‘경제동향’ 9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 위축에 따라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소매판매와 설비·건설 투자가 모두 감소하고 수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주요 경제지표는 줄줄이 마이너스다. 내수경기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액은 7월 전월 대비 0.3% 줄고 설비투자는 4.7%, 건설기성·수주는 각각 6.2%, 23.3% 감소했다. 8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3.6%나 줄었다. 내수·수출·투자 어느 것을 봐도 암울한 지표뿐이다.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계 교역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세계 교역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고, 2분기 기준으로도 0.4% 줄었다. 수출 증대를 통한 경기회복의 출구마저 막히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최악의 저성장’ 경고가 쏟아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0.3%포인트 또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1%로, 0.4%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정부 전망치 2.4∼2.5%, KDI 2.4%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경제가 그만큼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뜻이다. 수요 감소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8월에는 사상 첫 마이너스(-0.04%)를 기록했다. 일본식 장기침체 경고와 디플레이션 위기론마저 터져 나온다.

지금 상황에서는 경제 활력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작정 재정투자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올 2분기 정부부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9%에 이르지만 민간부문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재정이 민간의 경기를 일으키는 군불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소득주도성장 기치 아래 반기업·친노동 정책이 만연한 결과, 시장이 정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는 얼어붙은 것도 모자라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활력이나 기업 경쟁력과는 상관없는 곳에 포퓰리즘 발상으로 ‘돈 살포’를 하고 있으니, 재정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의 빚만 늘릴 뿐이다. 정부는 경제의 정상 작동을 가로막는 소득주도성장 정책부터 청산해야 한다. 그래야 회생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