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26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이 지난 6월 서울에서 만난 이후 약 3개월 만에 열리는 9번째 정상회담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미동맹이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개최되는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어느 시점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인가’란 질문을 받고 “어느 시점엔가 그렇다”고 답했다.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데 이어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9월 하순 대화 제의’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는 시점에 잇달아 대북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면 탓할 이유가 없다. 우려되는 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란 비핵화 원칙의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선이 지상과제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외교 치적이 절실하다. 북한이 올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의식해 북한과 ‘섣부른 합의’에 나설 소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는 수준에서 타협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우리에겐 악몽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 문제를 조율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대북 유화기조를 이어간다고 우리까지 맞장구를 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칫 우리 안보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반대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자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실망과 우려의 뜻을 나타내면서 양국 간에 파열음이 난 게 사실이다.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도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한·미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이 있다. 미국에 이런 현안들에 대해 충실히 설명해 우리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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