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삐걱거리고 있다. 사실상 첫 공식 일정인 교섭단체 대표연설부터 무산됐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정기국회 일정 조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로 예정된 교섭단체 연설을 그대로 진행하자고 주장했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연설 장소인 본회의장에 조 장관이 출석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이번 정기국회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데다 ‘조국 이슈’까지 보태져 사사건건 대치하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추석 연휴가 지났지만 정치권은 ‘조국 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등 야당은 일제히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조 장관 해임건의안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카드를 꺼내들고 일전을 벼르고 있다. 1인 시위를 이어가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어제 조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식까지 했다. 추석 민심을 놓고도 여야 모두 자기 편이라고 주장한다. 여당은 “정치검찰을 개혁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했고, 야당은 “조국 사퇴하라는 원성이 폭발 지경”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총선으로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는 법안 통과율이 역대 최저인 30.5%에 머물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상임위에 복수의 법안심사소위를 두고 월 2회 열도록 한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다 됐지만 국회의 모습은 변한 게 없다. 이번 정기국회는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슈퍼 예산’을 심사한다. 또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주요 쟁점 법안은 물론 일본 수출규제 대응 법안, 탄력근로제 등 각종 민생법안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여야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도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조국 사태’ 한 달 만에 무당층만 33.7%에서 38.5%로 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SBS·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7월에 비해 3.5%포인트, 한국당 지지율은 2.6%포인트 하락했다. ‘조국도 싫지만 야당도 싫다’는 게 민심인 것이다. 여야 모두 민심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야는 민심에 귀를 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무당층으로 돌아선 중도층의 마음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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