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혹독한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의 ‘8월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8월 현재 153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6000명 줄었다. 1998년 8월 29만6000명 준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비임금근로자도 6만2000명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40·50대 비임금근로자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40대는 13만6000명, 50대는 5만5000명 줄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에서 5만5000명, 제조업에서 2만9000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에서 1만9000명 감소했다. ‘자영업 몰락’ 사태가 전방위로 벌어진 것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그냥 쉬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새 15만8000명이나 늘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8월 기준 최대치다. 그만큼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이들 통계는 국민의 삶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말해준다.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그만둔 가장은 자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런 자영업자가 줄었다는 사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낼 탈출구마저 봉쇄되고 있다는 뜻이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소비심리와 내수 위축을 배경으로 한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소득주도성장 구호 아래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결과 감당하기 힘든 ‘비용 늪’에 빠진 탓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대규모로 감소한 데 반해 나홀로 자영업자가 9만7000명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앞날도 잿빛이다. ‘그만둘 계획’이라는 자영업자는 고용원이 있는 경우 100명 중 5명, 고용원이 없는 경우 4.8명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0.5명 늘어난 수치다. 그 결과 주요 상권마다 빈 가게가 늘고, 임대 매물은 쌓이고 있다. 자영업자가 이렇다면 최저임금 충격이 더 큰 중소기업의 사정이 어떠할지는 불문가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정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다. 오히려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어찌 민생을 책임진 정부라고 할 수 있는가. 공허한 혁신성장 구호를 외치기 전에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부터 제대로 봐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할 때다. 그것이 자영업자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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