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산업단지 개조를 통해 5년간 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이를 위해 ‘산업단지 대개조 계획’을 의결하고 전국 곳곳의 산업단지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20년이 경과한 노후 산업단지를 첨단산업 시설과 창업지원 시설,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성장거점으로 육성하고, ‘재생사업 활성화 구역’으로 지정된 곳에는 창업자금과 저리융자 지원을 대대적으로 해주기로 했다. 일자리위원회는 “제조업 고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산업단지를 개조해 살리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세금을 뿌려 ‘산업단지 개조’를 외친다고 해서 죽어가는 산업단지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전면화한 후 전국 산업단지는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국가산업단지의 가동률은 지난 6월 평균 77.5%로 떨어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보다 5.3%포인트나 하락했다.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 산업단지조차 매한가지다. 시화공단의 가동률은 같은 기간 83%에서 67.9%로, 반월공단은 78.4%에서 72.3%로 추락했다. 이것만 봐도 3년 새 기업들이 얼마나 시퍼렇게 멍들었는지 알 수 있다. 산업단지마다 공장 불이 꺼지고 매물은 쏟아진다.

산업단지의 몰락은 제조업 붕괴의 실상을 반영한다. 그 원인이 ‘고비용 구조’에서 비롯됐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년 만에 최저임금을 약 30% 올리고 근로시간까지 제한한 결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결과 중소기업은 공장을 팔고, 해외직접투자는 올 들어 분기마다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18개월째 감소세다.

이런 실상을 안다면 정부는 마땅히 고비용 구조 수술에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 조정,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는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일에는 눈 감은 채 ‘산업단지 개조’를 고용 위기 대응책이라고 내놓으니 이런 얼토당토않은 정책이 어디 있겠는가. 산업단지를 개조하지 않아 고용 위기가 발생했는가. 산업단지를 살리는 길은 기업을 고사시키는 고비용 구조의 혁파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의 활력이 살아나면 산업단지는 저절로 꽃을 피우고 일자리는 증가할 것이다. 그런 간단한 이치를 외면하고 장밋빛 구호나 외치면서 총선을 앞두고 산업공단마저 포퓰리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인가. 이런 식이니 경제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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