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채영 변호사

대법원은 서울 사랑의교회와 관련, ‘서초구청장에 의한 참나리길 점용허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렇다고 취소 판결의 직접적 효력에 따라 사랑의교회 건축허가가 취소되거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도로점용허가가 유효하게 존재함을 전제로 이뤄진 교회의 건축 허가가 법적·사실적 기초 중 일부를 상실하는 것이다. 따라서 서초구청은 법리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 직권으로 이뤄진 건축 허가 일부를 취소·변경하는 등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교회가 원상회복 명령에 따라 이행을 한다고 해도 나중에 건물에 구조적 하자가 발생하거나 안전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원상회복 명령 발부 여부와 관련해 관할 구청도 많은 고심과 함께 몇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을 것이다.

첫째, 원상회복 시 건물의 안전성 여부, 재산상·인사상 사고 발생 가능 여부, 둘째, 건물을 종래의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지 여부, 셋째, 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사안에서 원상회복 명령을 내린 적이 있는지 여부 등이다. 이것이 원상회복의 불가능 또는 부적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판결에서도 원상회복의 가능성 유무에 대해 쉽지 않다거나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판단이 있었다.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도로 지하 부분에 사적 영구시설물을 설치해 사용하는 사례는 여럿 있다. 서울 서초구에는 삼성전자 R&D센터, ㈜센트럴씨티, 국제전자센터 관리단 등 12곳이 있다. 이들에 대해 원상회복 명령을 한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도 서초구청으로서는 원상회복 명령 발부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점용허가가 없는 것으로 됐다고 해도 토지 인도 대상 부분을 특정해 인도를 명하는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는 점유 자체가 명백히 불법이라 보기도 어렵다.

한편, 대집행 대상 부분은 행정청의 대집행으로 그 부분에 대한 소유자의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므로 대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돼야 한다. 또 집행의무자가 이행의무 범위를 알 수 있도록 위치와 면적 등을 명료하게 해야 한다.

대법원도 건물철거 대집행 목적물은 특정돼야 하고 실제 건물의 위치 구조 평수 용도 및 허가 관계 등을 계고서의 표시와 대조·검토해 대집행 의무자가 이행 의무의 범위를 알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 건물 중 이 사건 도로 지하 부분에 있는 건축물은 예배당 성가대실 방송실 등 지하 구조물 일부다. 따라서 특정을 할 수 없고, 서초구청은 대집행을 위해 집행 대상 부분에 대해 법원의 퇴거 및 철거 판결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판결을 받는 것도 곤란하다.

어쨌든 법원의 판결 전에는 대집행 대상의 특정성과 구체성의 충족이 곤란해 법령 또는 처분에 의해 내려진 의무가 불명확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집행이 곤란하다고 생각된다.

도로점용허가처분 취소 판결의 확정으로 관할 행정청인 서초구청에서는 후속 조치와 관련해 많은 검토와 연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각 심급 법원이 대동소이한 취지로 판시한 바와 같이 원상회복이 부적당하거나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원상회복 명령을 취할 가능성은 적다고 할 것이다.

원상회복 명령을 한다 해도 그 불이행으로 인한 행정 대집행도 위와 같이 원상회복이 부적당하거나 불가능한 상태다. 집행의 선행 조건인 토지나 건물의 인도나 명도가 대체적 작위의무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집행 대상 특정이 곤란하고, 그대로 방치하는 게 심히 공익을 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실행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서초구청은 불가피하게 사랑의교회가 이 사건 도로 지하 부분을 포함한 교회부지 지하 부분에 설치된 예배당 등을 이용하면서 변상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해결 방법이다.

※ 이 글은 김채영 변호사가 국민일보에 기고(12.5)한 내용임

김채영 변호사/ 약력=법무법인 소망 변호사, 건설법무학 박사. 한국건설법무학회 감사, 대한변호사협회 건설관계법 학술분과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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