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망자가 하루 사이 100명 가까이 불어나 10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도 4만2000여명을 돌파했다. 당국이 발원지인 후베이성 외에 14개 성·시까지 사실상 폐쇄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지만 우한 폐렴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중국 산둥성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일가족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외국민 감염 첫 사례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어제 “전염력이 높고 초기 경증증상부터 전파될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며 “중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사태가 엄중한데도 정부 대책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가 그제 후베이성 외 중국 내 다른 위험지역에 대한 추가 입국제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곧바로 없던 일이 됐다. 광둥성을 방문한 한국인 남성(26번 환자)과 중국인 여성(27번 환자) 부부가 현지에서 감염된 후 귀국해 어머니(25번 환자)까지 확진 판정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27번 환자는 중국 방문 이력에도 지난 5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지 못했고 이틀 후 25번 환자도 “중국에 다녀 온 가족이 있다”고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대학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유학생 7만여명이 중국 설인 춘제 휴가를 마치고 조만간 귀국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개강 연기와 함께 자율 격리와 등교 제한 지침을 내놓아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루 1만여명에 이르는 중국인 입국자 관리도 현재 방역망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앞서 의사협회와 10개 간호학회는 성명을 통해 입국 제한 범위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분명한 것은 우리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진단검사 요청이 폭주하는 반면 인력은 부족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환자 정보와 동선에 관한 방역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엇갈린 정보 공개로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늦기 전에 후베이성 이외의 중국 내 위험지역과 확진자 발생국을 대상으로 입국 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문 대통령이 얘기했던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제조치’로 방역 사각지대를 없애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국민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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