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승렬 논설위원

지난 12일 세계은행은 대북 전략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비핵화 문제는 북미간의 이해를 넘어 한반도 주변국 등 다자의 이해가 얽혀 있으므로 먼저 이해조정을 해야 합의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조선노동당은 제7차 중앙위원회 제5차 당대표자회의에서 국내경제와 국제안보환경과 관련된 정면돌파 의지를 천명한 바 있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고 사실상 협상팀이 해체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나 문제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북-미 비핵화 회담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고 남북관계의 발전과 성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은 대북 적대 정책(CIWH)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철회를 견지하고,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표방하며 핵 비확산 등 국제질서의 기본원칙에 대한 약속을 강화했다.

세계은행은 북한이 최소한의 억지력을 유지하고 체제안전보장, 제재해제, 주한미군감축 등 단계별 비핵화의 토대 위에 개혁개방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으나 이러한 북한의 전략적 태도를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이해 관계국들도 수용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 모두 선제적 양보를 할 가능성이 낮다. 이제 남은 카드는 계속하여 현상을 유지하거나 정면돌파하거나 불가역적 이행뿐이다. 그런데 제재와 교착국면에 머물러 있는 비핵화 협상에 현상유지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정면돌파가 유일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나 국제사회가 정면돌파를 선언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므로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세계은행은 우리 정부에게 제재와 억제, 포용, 내부 변혁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4대 전략을 개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다자국의 이해를 조정하여 북-미간 협상의 간격을 줄여나가고 간극이 줄어든 만큼 불가역적 이행을 하는 프로그램개발이 매우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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