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방역에 또 구멍이 뚫렸다.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교회에서 신도와 가족 등 4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2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어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은혜의강교회는 지난 1일과 8일 주일 예배를 강행했다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권고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다 빚어진 인재다.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데다 확진자 대다수가 그동안 아무 제한 없이 사회활동을 했다니 2, 3차 감염 확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에서 교회 집단발병은 부산 온천교회를 필두로 모두 7곳에서 발생했으며 확진자는 140여명에 이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제 “종교계가 대부분 ‘잠시 멈춤’에 동참했지만 여전히 33%의 교회들은 오프라인으로 예배를 진행한다”고 했다. 헌금에 의존할 정도로 재정이 취약한 중소교회들은 무리하게 예배를 강행하다 화를 키우기 일쑤다. 이들 교회는 신도들이 다닥다닥 붙어 마스크도 없이 찬송가를 부르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집단감염에 취약하다.

해외발 역유입도 발등의 불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며 감염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16일부터 유럽 전역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한 데 이어 세계 모든 나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무증상 혹은 경증 전파라는 특성 때문에 특별입국절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는 각국의 감염상황에 맞춰 한시적으로 입국금지 혹은 14일 격리 등 고강도 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국내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진 만큼 코로나19가 단기에 종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소규모 집단감염이 줄을 잇는 데 비추어 대유행 초입 단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장기전에 대비해 생활 속 방역수칙 준수가 당연시되는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이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와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코로나 재앙 극복의 출발점일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과 공무원 등이 지치지 않도록 방역체계를 재정비하기 바란다. 코로나19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중증환자를 위한 치료 병상을 최대한 확보하고 고령층·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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