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비상한 경제 대책이 연일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에서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50조원 규모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했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신규 지원이 12조원으로 늘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 5조50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지원이 시행되고, 전 금융권 대출 만기는 6개월 연장된다.

이번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이 가시화함에 따라 가장 타격이 심한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우선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미국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 1인당 최대 2000달러(약 250만원)를 지급하는 방안까지 추진하는 것에 비춰보면 아직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정부도 앞으로 필요한 대책을 추가적으로 취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간 정부 대책을 보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찔끔 대책’이 많았다. 지난주 발표된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은 대출 심사에만 두 달이나 걸려 ‘긴급’이란 용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나온 대책도 마찬가지다. 항공기 착륙료를 20% 깎아준다고 했지만 항공기 90%가 멈춰 선 상황에서 착륙료 감면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관객 1인당 8000원씩 관람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공연장에 가라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는 정부 시책에 어긋난다. 이러니 정부의 위기관리회의에 위기의식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게 아닌가.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 15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40원 폭등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충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에서 “무엇보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부터 비상한 각오로 행동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초유의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재정·금융정책만으로는 극복이 어렵다. ‘경제 방역’에 성공하려면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필요한 정책수단은 경제계가 그동안 정부에 제시한 건의문에 나와 있다. ‘노조 하기 좋은 나라’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당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친노조정책을 탈피, 기업의 체력 강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 외엔 달리 길이 없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