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100조원대의 기업구호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종전 50조원을 배로 늘린 규모다.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 자금을 지원할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조원,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돕는 채권담보부증권(P-CBO)은 17조8000억원, 증권시장안정펀드는 10조7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책금융 대출도 21조원으로 확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열린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특단의 선제 조치”라며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넘어 주력산업 기업까지 지원하는 긴급 자금”이라고 했다. 환영할 만한 조치다.

세계경제는 얼어붙었다. 소비시장은 마비되고, 공장 가동은 멈췄다. ‘세계경제 기관차’인 미국 경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30%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실업자는 매주 400만명씩 쏟아질 것이라고 한다. 대공황을 연상케 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위기는 신흥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라고 온전할 리 없다. 국내외 생산·유통망 붕괴로 삼성·LG전자의 매출은 반 토막 날 것이라고 한다. 두 우량기업 상황이 이렇다면 다른 기업은 불문가지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외부 수혈을 받지 않으면 수개월을 버티기 힘든 위기 상황으로 빨려들고 있다. ‘도산의 불’을 끄지 않으면 파산의 불길이 들불처럼 번질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말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꼼꼼히 세우고 기업 지원 대책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100조원의 기업구호 자금으로 충분한지도 의문시된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 완화’에 들어갔다. 연준은 기업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직접 사들이고 개인대출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경제가 ‘비정상적인 대공황’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특단의 조치다. 지금의 위기상황에서는 일반은행을 통한 자금공급으로는 파국을 면하기 힘들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우리는 다르다. 한국은행은 “한은법으로 인해 회사채·기업어음을 공개시장 매매 대상으로 삼기 힘들다”고 한다. 직접적인 기업 자금 수혈이 힘들다는 것이다. 기존의 틀에 박힌 그런 대응으로 위기 파고를 넘을 수 있겠는가. 기업 파산 사태가 벌어지면 폐허와 가난이 만연하게 된다. 한은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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