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소비·투자가 동반 추락했다. 생산은 전월보다 3.5%, 소비는 6.0% 줄었다. 둘 다 하락 폭이 9년래 최대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선 3월 전 산업의 업황 BSI가 전월보다 9포인트 내린 54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실물경기와 체감경기가 동시에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의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선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증가율이 작년 동월 대비 0.9%에 머물렀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다. 코로나 충격에 따른 고용위기도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이제 시작되는 단계라는 사실이다. 그제 발표된 ‘4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선 4월 업황 전망이 전월보다 17.9포인트 낮은 60.6에 그쳤다. 대기업 사정도 마찬가지다. 6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BSI 조사에서 4월 전망치가 59.3으로 전월보다 25.1포인트나 떨어졌다. 하락 폭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 이래 최대였다. 최악의 경기 부진이 몰아치고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가 1일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초저금리 대출을 시작한 것은 이 같은 위기 인식에서 나온 조치일 것이다.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융지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런 임시방편으로 경기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기업·중견기업도 줄도산 공포에서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월 자동차 생산은 27.8% 급감했고, 항공 여객도 42.2%나 줄었다. 경제 생태계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중소 하청업체들도 온전할 리 없다.

돈을 푸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응급처방일 뿐이다. 경제를 살리자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근본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처방전은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대정부 건의서에 나와 있다. 주52시간제 예외 확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법인세·상속세 인하 등은 기업 체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규제 일시동결’ 주장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경제 주체인 기업의 발목을 묶어놓고 어떻게 위기 극복을 바라는가. 정부가 기업들의 호소를 외면한 채 돈만 뿌린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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