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논설고문

국가나 가정이나 버는 돈에 대한 대책 없이 주머니에 돈 좀 있다고 마구 뿌리면 망하는 길로 가지 않겠는가? 양식이 있는 국민은 걱정이 태산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 반면교사(反面敎師)와 같은 사자성어를 곱씹어 볼 때다. 유럽의 그리스는 재정이 건실한 나라였다. 하지만 선거를 거치면서 만성 부실국가로 전락하여 GDP 대비 부채비율이 184.8%까지 급등하여 빚더미에 올랐다. 급기야 항구와 공항을 중국에 팔아치우는 지경이 되었다. 그리스 경제 실패를 불러온 장본인은 좌파 사회당의 파판드레우 총리로서 11년을 집권하면서 “국민이 원하면 다 줘라”는 말로 인기 영합의 정치를 하였다. 그는 고용을 늘린다며 공무원을 3배나 늘려 인구 4명 중 1명이 공무원이라고 한다. 남미는 어떤가. 아르헨티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실물경제가 망가져 휴지가 되어버린 돈뭉치로 뒤처리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포퓰리즘 정치로 망한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아닌가 한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3위의 석유수출국이자 세계 최대의 석유매장국이었다. 하지만 1998년 집권한 휴고 차베스 대통령이 모든 석유 시설을 국유화하고 석유를 판 돈의 60%를 무상복지에 투여하는 급진적인 복지정책을 썼다. 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암으로 사망한 전임 차베스 대통령의 뒤를 이으면서 그의 복지정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 국가 재정의 적자를 초래하고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구제 금융에 의존하는 길을 걸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생닭 한 마리 사는데 수북한 돈뭉치와 바꾸고, 음료수 1캔에 한화 15만 원을 준다는 웃기는 나라가 되었다.

작년 우리나라 관리재정 수지가 54조 원 적자를 내 통계작성 이래 최악이다. 적자액이 10조 원에서 1년 새에 무려 5배로 늘었다는 통계수치다. 작년 국가채무도 사상 최대인 729조 원으로 불어났고, 올해는 512조 원의 본예산과 12조 원 1차 추경만으로도 GDP 대비 채무비율은 40%를 넘어서게 되었다. 40%가 마지노선이라고 하는데 정부는 3년 만에 건전재정의 방어벽을 허물어뜨렸다. 이러한 경제위기 속에 코로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총선에서 전 국민에게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해 온 민주당이 전 국민 100만 원을 밀어붙이고 있고, 이해찬 대표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약속을 최대한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2차 추가경정예산의 규모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였다. 여당이 소득 하위 70% 가구로 축소하자고 주장한 홍남기 기재부 장관의 거취까지 거론하면서 압박하였다니 정부가 오히려 어려운 국면에서 고뇌하는 분위기다. 여당은 공약대로 100만 원을 밀어붙이고 기재부는 재정악화 걱정을 하면서,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었다. 여기서 재난지원금 지급범위를 논의했는데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는 말이 나왔다.

생활에 걱정 없는 큰 기업주나 정부의 고위급 관리 가정이나 100만 원을 준다면, 그들이 그 100만 원을 코로나 재난을 위한 지원금으로 생각이나 하겠는가. 지급범위를 전 국민 100%로 확대할 경우 3~4조 원의 추가재원이 필요한데 민주당은 국채라도 발행하여 그렇게 밀어붙인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석유가 쏟아지거나 금광이 터진 것도 아닌데 국채 발행까지 하며, 기재부가 반대하고 야당도 반대하는 방안을 밀어붙인다는 것인지 그야말로 “악성 포퓰리즘”이 아니고 무엇인가.

선거에 패배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황교안 전 대표가 선거유세에서 노름판에서 배팅하듯 ‘전 국민에게 50만 원을 주자’고 했다. 보수의 배신자로 낙인이 찍힌 유승민 의원이 황 전 대표의 발언에 “건전 보수 정당인 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선거에서 국민의 돈으로 국민을 매수하는 것”이란 말이 맞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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