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만에 79명이나 나오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월 5일 81명 이후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쿠팡의 경기도 부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상당수 나온 데 이어 고양 물류센터와 마켓컬리 서울 송파구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추가 폐쇄 조치됐다. 부천시 초·중·고 등 등교수업을 재개하지 못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코로나19의 재유행 우려가 높아지면서 K방역이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면서 제시한 목표 중 하나인 일일 신규 환자 50명을 넘어선 것은 4월 8일 이후 처음이다. 생활방역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의 집단 감염은 방역수칙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킨다. 휴게실과 흡연실에는 마스크 미착용자가 많았고 작업복도 돌려입었다고 한다. “빠른 포장을 하려면 신속하게 식사해야 해 식당에서 100명씩 다닥다닥 붙어 앉아 밥을 먹었다”는 직원 증언도 나왔다. 아르바이트생 등 일용 근로자가 많아 병가를 내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마스크 쓰기, 밀접 접촉 피하기, 아프면 3~4일 쉬기는 방역수칙의 기본이다. 이것이 무용지물이 되었으니 집단 감염은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여태까지 코로나19가 안 터진 게 대단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겠나.

코로나19 사태는 쿠팡에 매출 증대의 호재로 작용했다. 쿠팡은 빠른 ‘로켓 배송’에 치중해 방역을 뒷전으로 미룬 과오를 뼈아프게 자성해야 한다. 최근 감염 경로 미확인자의 비율이 급등해 우려를 더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4월 29일∼5월 13일 4%였던 미확인자

비율은 생활방역 전환 이후인 지난 13∼27일 7.6%까지 높아졌다. 감염 경로를 제때 파악하지 못하면 제1 감염원을 놓치게 되고 결국 n차 전파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감염을 유발하게 된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려면 다시 경각심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수도권 등 감염 우려가 높은 지역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부터 6월 14일까지 박물관 등 수도권의 모든 공공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중단한다”며 “2주간 수도권 감염확산을 못 막으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할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그전이라도 시행해야 한다. 국민적 피로도와 경제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하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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