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암울한 경제 전망이 봇물을 이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 전반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수출은 부진하고,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현장에는 신음소리가 가득하다. 내수의 바로미터인 음식점 경기부터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말 전국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600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95.2%가 고객이 감소했고, 하루 평균 고객이 59.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도 반 토막 났다. 대구·경북 지역 음식점에는 고객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음식점 경기가 이렇다면 다른 개인 서비스업의 참담한 상황은 불문가지다. 기업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한상의가 기업 애로를 접수한 결과 38.1%는 매출 감소, 29.7%는 부품·원자재 수급 곤란, 14.6%는 수출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2023년부터 주식 양도와 관련한 소액주주 비과세 제도가 폐지되고, 2000만원을 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선 20%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주식을 매도할 때 0.25%씩 원천 징수하던 증권거래세는 2022년 0.02%포인트, 2023년 0.08%포인트씩 낮춰진다. 어제 정부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확정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의 주요 내용이다. 정부가 그동안 대주주 중심으로 양도세 과세 대상을 꾸준히 확대해 오다 이번에 개인투자자에까지 대상을 넓힌 것이다.

주식 양도세 도입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일반원칙에 부합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다수 회원국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오래전부터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는 부동산 등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모든 금융상품의 수익과 손실을 3년간 합산해 양도세를 물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명심할 일은 국내 증시가 위축되지 않도록 세밀히 살펴야 한다. 그간 양도세가 없던 국내 주식에 과세가 시작되면 해외주식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증시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시장은 해외 금융계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불릴 만큼 자금 유출에 무방비 상태여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식 양도와 관련한 소액주주 비과세 제도가 폐지 등은 경제 위축 초래 우려도 없지 않다. 어떤 제도든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기 전에 미리 주도면밀한 대책을 수립하면 빛은 늘리고 그늘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만은 1989년과 2013년 주식 양도 차익에 과세하려다 주가가 폭락하고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바람에 결국 포기했다. 일본은 양도세를 전면 도입하고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세제 개편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자칫 ‘꼼수 증세’의 일환으로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대만처럼 엄청난 후폭풍을 부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선 증시 활성화 등 치밀한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소뿔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경계한다. 경제 회생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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