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동 논설위원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다.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하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고 의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게 된다.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진다.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기만 병원을 찾고 하루라도 약을 안 먹으면 불안해한다. 자주 아플수록 짜증이 나고 자신의 건강부주의에 대한 반성도 한다. 나이가 먹어 갈수록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아픔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의 일생은 '생로병사의 과정', 즉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서 죽는 것이 자연의 순리(理)요 삶의 이치다. 나이가 들면 몸이 아프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예전에 환갑 때까지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는 노화가 진행되고 병이 많이 발생하는 나이까지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노화에 따른 병 발생을 고민하거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러나 의술이 발달하고 인간들의 평균 수명이 점차 늘어나면서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병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을 찾고 주사나 약을 먹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 즉 병원의존형 인생이 되어가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지면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정신적으로도 사고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신체의 면역기능도 자연스럽게 떨어짐으로써 각종 질병의 침투나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나이가 들어서 여기저기가 아픈 것을 필요 이상으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많아지면 당연히 아픈 곳이 많아지고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신체와 정신적인 면에서의 이상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메디컬리제이션'적인 조바심과 걱정이 아니라, 의사의 말을 믿고 따르고 잘 나으리라는 확신으로 병을 이겨내도록 하는 여유로운 삶의 자세를 갖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건강은 현실이다. 누가 대신 아파해줄 수가 없다. 억만금을 주더라도 남에게 대신 아프도록 부탁할 수도 없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을 맞이하여 자신의 건강을 한 번쯤 돌아보고 병 없이 생로자연사(生老自然死) 할 수 있도록 젊을 때부터 미리미리 노력했으면 싶다.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 : '병원 의존형'을 뜻하는 사회적 용어이다. 노령자 중기에 볼 수 있는 심리적 현상으로 고령화 시대에 일반화된 사회적 현상이다. 노령층이 자신의 신체적 이상 증상을 모두 치료대상으로 생각하고 병원에 의존하려는 심리적 현상을 뜻한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