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의 방역체계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특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도 국내 확산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감염병 진단기법, 자동차 이동형 선별진료소, 모바일 자가격리 앱 등 K방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방역체계의 발전은 법령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재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체계의 근간이 되는 전염병예방법은 1954년에 제정되었다. 이후 2009년 기생충질환예방법과 통합되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이름이 바뀌면서 제도상 큰 변화가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전파되는 질병만을 의미하는 전염병이라는 용어를 사람들 사이에 전파되지 않는 질병까지 포함하는 감염병으로 바꾸고, 세계보건기구 감시대상 감염병까지 국가 관리대상으로 포함시켰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가 확산되자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접촉자 현황 등 감염병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고, 감염병 확인 조사 및 진찰 거부 시 강제조사 또는 격리 등의 조치를 하며, 격리자에 대한 생활·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감염병 관리를 한층 체계화했다.

코로나19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에는 감염병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 외에도 감염병 유행 시 의약품의 수출 및 국외 반출 금지, 감염병환자의 위치정보, 출입국관리기록정보 등의 제공·활용, 감염취약계층에 대한 마스크 지급 등 범국가적인 감염병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됐다.

이와 같이 감염병 대응을 위해 법령을 제정·개정할 때에는 신속성과 더불어 격리조치 등에 따른 국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에 대한 확인이 중요하다. 법령을 신속히 심사하면서도 정부 정책의 적법성과 타당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법령은 정책을 담는 데 필요한 그릇과 같다. 밥과 반찬이 그릇에 잘 차려져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국가 정책도 국가경영의 기본 틀인 법령에 잘 담겨야 비로소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공식 언어가 된다. 미국의 법제전문가 리드 디커슨 교수가 “건전한 정부는 정확한 내용을 바른 방식으로 가능한 한 분명하고 간결하며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표현한 법제에 달려 있다”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법제시스템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의 표준이 되는 K법제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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