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식 논설위원

어려서 혼자 밥을 떠먹을 나이쯤 되면 배우는 것이 젓가락질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수차례 젓가락질을 가르치시기도 하였고, 나 스스로 무던히 배워보려고 하였으나 이상하게도 배우기가 쉽지 않았고, 수많은 연습에도 잘되지 않았다. 지금도 젓가락을 사용하긴 하지만 어설픈 동작으로 식사 시에 나물 반찬이나 김치 정도를 겨우 집는 편이다. 도토리묵 같은 반찬을 집을 때는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밥 먹고 사는 데는 크게 지장은 없다.

젓가락은 동양의 고유문화이다. 주로 중국, 일본, 홍콩, 우리나라 등에서 사용하는데 나라마다 각각 조금씩 다른 특색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젓가락 사용 비중은 다른 젓가락 사용 국가와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라고 하는데, 중국은 젓가락을 주로 쓰고 숟가락은 국물 요리를 먹을 때만 쓰며, 일본은 대부분 젓가락만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만 숟가락과 젓가락을 병행하는 쪽에 속한다.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또 하나가 있다.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쇠젓가락을 사용하게 된 증거는 백제 왕실 유물에서 쇠젓가락이 나왔기 때문인데 그 당시 왕실과 상류층에서는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은 젓가락을 사용했고 이를 모방하여 평민들은 값비싼 은 대신 쇠젓가락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의 경우 살면서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데 대한 불편함은 별로 없었다. 물론 보기가 썩 좋은 편도 아니고, 젓가락질 못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 않은 시각도 있다. 또 젓가락질을 잘 못하냐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최근 모 기업에서는 면접 시 젓가락질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 평가를 한 적도 있다고 하니 배우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 나의 시각이다. 이는 젓가락질을 잘해야만 밥상머리 교육이 잘 되어 있다거나 우리나라의 전통을 계승한다거나 이런 시각이 아니고, 식사예절을 잘 지키면 된다는 뜻이다. 즉, 음식물을 흘리면서 먹거나 젓가락을 이용해 잘 집지 못할 경우 이를 본인에 맞게 교정하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전에 유명했던 우리나라 댄스 그룹의 노래에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젓가락질 잘 못해도 밥 잘 먹어요''라는 노랫말이 있다. 즐겁고 행복한 식사시간에 맛있게 감사하게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잘 못하는 것이지 잘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어색하고 서투르긴 해도 맛나게 먹으면 되고, 포크 등 대체품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다. 사람마다 잘 하는 것도 있고, 다른 사람보다 재능이 뛰어난 부분도 있으며, 조금 뒤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노력하고 잘 안되면 계속 연습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 책임이 뒤따르는 행위는 아닌 것이다. 잘 못하는 젓가락질보다 더 고쳐야할 것은 잘못도 아닌데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훈계하고 가르치려 들려는 습성이다.

잘하는 것도 많을 텐데 젓가락질 좀 잘 못하면 어떤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즐겁게 밥만 잘 먹으면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혼날 소리인지는 모르나 그 어떤 것도 전부가 될 수는 없듯 조금 못하거나 모자라는 부분도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지 말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잘하는 것을 더 보려고 하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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