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눈물 / 은결 유정미

먹먹한 흑암이 짜부러져

거친 숨을 내쉰다

초록 잎을 할퀴며

나무 뿌리째 낚아챈다

담장에 기댄 하얀 장미가

오돌오돌 떨며 울고

세상 길 자신만만하게 달리던

차들은 물에 목을 매며

옴짝달싹 못한다

 

새색시처럼 단장한 집들은

흙에 엉켜 넋을 잃고

아기 손이 삶의 과정에서

두꺼비 손으로 변한 애달픈 인생들

눈빛 따라

손길 따라 가꾸고 또 가꾼 논밭은

거친 장대비에 드러눕고 끙끙 앓고 있다

 

물 폭탄에 쓰러진 아픈 인생들

이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는

맑은 햇살이

온 대지에 뿌려지기를

두 손 모아 하늘을 바라본다.

유정미 교수, 시인, 기자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가나신학대학교 부학장

대한시문학, 시인마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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