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동 논설위원

역설(逆說)을 함의(含意)하고 있는 말이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다가도 이해관계가 발생하면 이해 정도에 따라서 이웃끼리, 또는 동료끼리, 친구끼리 언쟁을 하게 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내가 옳으냐, 네가 그르냐'를 갖고 언성을 높혀가며 싸움이나 말다툼을 한다. 해결이 안되면 급기야는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고 경찰까지 출동하게 된다.

경찰서에 가서도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여 잘잘못을 따지기가 어렵다. 이때 가해(加害)를 한 사람이나 손해(損害)를 끼친 사람이 불쑥 나서서 "자신은 잘못이 없고 상대방이 잘못을 했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이 이 말을 듣다가 어이가 없다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지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 상대방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운다"고 입에 침을 튀겨가며 분하게 생각한다. 그야말로 역설(逆說)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지를 경우도 있다. 이때는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면 별일이 없던 것처럼 일상(日常)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앞에서처럼 상대방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면 일이 커지고 불편하게 된다. 도로에서 운전을 하고 가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저지르는 때가 간혹 있다. 이런 때 바로 "잘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 표시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오히려 차에서 내려 우격다짐하듯이 무조건 큰소리로 호통을 치고 겁박하는 뻔뻔한 사람들도 본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등치가 크고 외모도 우락부락하게 생겨 언뜻 보기에도 상대방을 주눅들게 만드는 폭력배같은 모습의 사람들이다.

위에서처럼 자신이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이 상대방을 음해하고 폄훼까지 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고 변명하며 호도하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목도한다.

이런 사람들 일수록 큰소리를 치고 뻔뻔하며 부끄럼도 느낄 줄 모른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니 "자신의 짐보따리가 없어졌다"면서 따지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개인간에 벌어지는 이해 관계의 다툼은 개인으로 끝난다. 그만큼 대외적으로 영향력이 거의 없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 즉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 또는 돈과 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말이 달라진다. 그들의 행동거지와 말투 등 언행(言行)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의 의식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즘 잘못을 저질러 고발을 당한 피의자 신분이면서도 오히려 큰소리를 쳐가며 관계기관의 정당한 법집행을 백안시하거나 무시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국민들의 정서는 법 절차에 따라서 수사를 제대로 받고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고 죄가 없으면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재판결과에 승복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방귀뀐 ㅇ이 성낸다'고, 국민들 시각에서 볼 때 좋지 않게 보이고 오히려 '적반하장'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만든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이렇듯 이 말이 함의(含意)하고 있는 것은 '참 어이가 없다, 역설(逆說)적인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적반하장격인 사람은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경원시(敬遠視) 한다. 신의(信義)가 없고 거짓말을 잘 하는 친구로 인식되어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

'적반하장(賊反荷杖)', 이 말은 역설(逆說)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를 함의(含意)하고 있기에 우리 사회에서는 없어져야 할 말이자 영원히 사라져야 할 단어이다.

온 국민들이 다 보고있다. 혹시 그들을 보고 배워서 그대로 따라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우리나라 속담을 가슴 깊이 새겼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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