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 -0.2%에서 큰 폭으로 낮췄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수출과 소비 개선 흐름이 더딜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이 올겨울까지 이어지면 성장률이 -2.2%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까지 내놓았다.

그런데도 정부의 경제상황 인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0.8%로 예상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확장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대책과 한국판 뉴딜 추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선방하는 나라”라고 자화자찬했다. 국민들 보기가 무색할 지경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한은은 “국내 경제의 부진한 흐름 속에 수출 감소폭이 다소 줄었으나 민간소비 개선 흐름이 약화되고,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됐다”고 성장률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처럼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소비 둔화가 심화할 경우 정부가 자신하던 하반기 ‘V자 반등’은 언감생심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한계를 절감한 것이다.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지난 6월에 제시한 올해 성장 목표 0.1%가 실현되기 어려워진 만큼 경제정책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할 처지가 됐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생존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대책 마련도 시급한 일이다.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 뿌리기식 대증요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도 빚을 내서 경기를 살리겠다는 재정 의존증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정부가 갈 길은 명확하다. 경제는 심리다. ‘규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 우리나라의 경제체질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허약해진 상태다. 경제 주체인 기업 체질이 강화돼야 경제가 살아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산업 등 새로운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데도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반기업·친노동’ 규제를 과감히 없애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도록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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