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하는 의료계가 전국적인 집단행동을 통해 사실상 진료 거부에 들어갔다. 이번 집단휴진에는 이미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전임의, 동네 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참여했다. 진료 차질 수준을 넘어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어렵사리 도출했던 정부·의협 잠정 합의가 무산되고 의료계가 총파업에 나서자 정부는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95곳의 전공의·전임의에게 진료현장에 즉각 복귀하라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폐업해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지적하는 것처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의료계 파업 강행은 정당성도 명분도 인정받기 어렵다. 환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들의 이런 집단행동은 직업적 의무와 윤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정책을 중단한다’는 카드까지 꺼냈는데도 의료계가 이를 끝내 거부한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 책임도 없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화를 부른 셈이다.

그렇다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자 치료라는 ‘인술(仁術)’을 포기한 의사사들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죽하면 충남 아산 현대병원 박현서 원장이 촤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지금 화가 단단히 났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겠는가. 이에 따르면 인근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파업에 동참한 상황인지라 지역에서 유일하게 이 병원이 응급 환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방 소도시에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할 의사를 더 뽑아 국민 건강과 행복추구권 달성하겠다는 게 잘못된 일이냐”며 “중환자까지 버려둔 채 파업에 나서고 있는 이유가 뭐냐. 지역 의사가 10년을 채우고 서울로 가면 당신들 밥을 빼앗아 먹을까 봐 두렵냐”고 저격했다. 의사들이 귀담아듣길 바란다.

정부와 의료계가 맞서기만 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의료계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진정될 때까지만이라도 파업을 멈추고 진료현장에 복귀해 급한 불부터 끄면서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의료계의 주장을 귀담아듣고 타협점을 찾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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