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생명시한다. 언론 자유는 대표적이다. 언론 자유란 성숙한 개인, 집단이나 조직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사상의 자유), 그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표현의 자유)이다. 광의의 언론 자유라고 할 때 개인들의 표현 자유는 물론 언론 기관의 취재·보도 자유 또한 포함하는 개념이다.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 국가들은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헌법 제21조, 미국 수정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 일본 헌법 제21조 등 많은 국가들이 개인의 표현 자유와 아울러 언론 자유를 헌법 보호 권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는 "의회는 종교 자유, 집회결사 자유와 아울러 표현 자유 또는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어떠한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명문법이 없는 영국에서도 언론 자유는 결코 경시되지 않는다는 많은 판례들이 있다. 이러한 언론 자유에는 뚜렷한 이론이 있다. 언론 자유를 천부의 기본 권리로 보는 자연권적 이론으로, 인간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자연스럽고 본질적인 요구이므로 이러한 표현 행위는 그 어떠한 외부 간섭이나 제한 또는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언론보도 피해에 대해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1대 국회 개원 직후 여당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등을 개정해 이 제도를 도입하려 한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 입법으로 다시 도입을 강행하려 나선 것이다. 법안은 그동안 주가조작 허위공시 등 증권 관련 소송에 적용되던 집단소송제를 모든 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언론에 대해서도 집단 소송 제기가 가능해졌으며, 가짜뉴스 등 악의적 오보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고 인정될 때 그 액수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정부 입법예고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언론 자유와 국민 알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이기 때문이다. ‘악의적 가짜뉴스'라는 모호한 잣대로 언론에 징벌적 처벌을 가하겠다는 의도는 민주국가 정부의 발상이라고 믿기 힘들다. 판단 주체가 불리한 기사 비판적 보도를 악의적인 보도로 규정한 후 언론 탄압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큰 것이다.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사회적 강자에 의해 다수의 약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시정하는데 적합한 제도이며, 미국에서도 언론을 상대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언론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한 점을 정부는 간과하지 말길 바란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추진을 전면 백지화하는 게 온당하다.

물론 잘못된 언론 보도에 대해 언론도 책임져야 한다. 이는 언론사의 자정(自淨) 기능에 맡기는 게 순리일 것이다. 언론사는 자체적으로 독자위원회나 시청자위원회를 두고 오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만이 있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으며 언론사 등에 대한 소송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제조물 책임을 빌미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한다면 오히려 악의적 보도의 근절 효과보다 언론활동 위축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는 폐해가 나타날 게 불 보듯 훤하다. 자유민주사회의 근간인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은 최대한 신중을 기해 접근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법예고를 조속히 철회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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