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초일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킨 이건희 회장을 내일 떠나보낸다. 삼성을 27년간 이끌어온 이건희 회장이 지난 25일 별세한 지 사흘만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고인의 도전과 혁신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파격의 혁신 경영을 통해 새로운 산업인 반도체와 모바일 등 첨단분야에 도전함으로써 삼성을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키워낸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변신과 성공을 주도하며 우리도 세계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끊임없이 미래산업을 개척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해 한국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고도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공적은 길이 상찬받을 일이다.

이 회장 취임 때인 1987년 10조원이 채 안되던 삼성그룹 매출은 2018년 기준 386조원을 넘겨 39배로 늘어났다.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나 됐다. 취임 직후 이 기간 삼성은 스마트폰, TV, 모니터, D램, 낸드플래시 등 수많은 세계 1등 품목과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또 10만 명 남짓하던 임직원 수는 그새 세계에서 52만 명에 달한다.

기업 발전사를 돌아보면 창업자 못지않은 후계자가 기업을 반석에 올려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서게 하는 사례가 간혹 등장한다. 고인은 그런 찬사를 받아도 손색이 없다. 주요 외신들도 “삼성전자를 글로벌 거인으로 변모시켰다”고 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에 집약돼 있다. “지금처럼 해봐야 일류가 될 수 없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했다. 1995년 이 회장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 2000명의 직원을 모아놓고 150억원 규모의 무선전화기 15만점을 불태운 ‘눈물의 화형식’은 완벽주의를 상징하는 일화로 남아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수출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대표적인 국민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반세기를 지나 100년 기업을 향해 도약하는 삼성에 '끊임없는'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기업인들은 위기마다 도전정신과 강한 리더십으로 한국 경제의 지향점을 제시해주었던 이건희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정경유착’ ‘황제경영’ ‘삼성공화국’이라는 음습한 단어가 이 회장을 괴롭혔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한 차례씩 받으며 홍역을 치렀다. 2008년에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특검의 삼성비자금 수사 탓에 경영 2선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불법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고인의 업적을 계승해 발전시키고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는 게 남은 이들의 몫이다. 이 회장이 생전에 늘 강조한 것처럼 기업은 위기 아닌 때가 없다. 기업 혁신은 이제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뿐 아니라 국내 기업 모두 고인의 도전·혁신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