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난이 갈수록 태산이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최근 3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756만원(7.5%) 뛰었다. 직전 1년 9개월간 상승분과 맞먹는다. 10월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이 0.47% 올라 1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7월 말 임차인 보호 명분으로 시행된 새 임대차법이 외려 전세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 경제팀은 “새 제도가 정착돼가는 과도기적 상황”(홍남기 경제부총리), “몇 개월 있으면 전셋값이 안정을 찾을 것”(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라고 하니 기가 찬다.

시중에 ‘전세는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돈 지 오래다. 전세 공급 부족 상황을 나타내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191.1로 19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 지수는 올 1∼4월 150 선을 유지하다 8월 들어 180대로 급등한 뒤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전세대란이 지방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도권에서는 전세 매물이 사라진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대전·대구 등지에서도 2∼3개월 만에 전셋값이 1억∼2억원씩 오르고 있다. 덩달아 주택 매매가까지 들썩이는 판이다.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가을 이사 철 수요가 가라앉기만 바라는 빛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기필코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지만 공허한 말에 그쳤다. 정부가 얼마 전 내놓은 중형 공공임대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물량이 부족한 데다 시간도 최소 3년 이상 걸려 전세난 완화에는 역부족이다. 김 장관이 월세 소득공제 확대 방안을 언급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전세난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임대인의 거주 의무를 강화하자 직접 살겠다는 집주인이 늘고, 느닷없는 임대주택사업자 혜택 축소로 공급 물량이 준 것 아닌가. 임대주택의 90% 이상이 민간에서 나오는데 공공임대 확대 처방을 남발하니 시장 혼란만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 실패 책임을 물어 현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 이제는 파격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강구할 때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인센티브 확대 등 규제 완화로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임대차 3법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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