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1998년과 2008년 당내 경선을 뚫지 못한 이후 세 번째 도전 끝에 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불복하고 개표 중단·재검표 소송에 나서 당분간 혼란이 이어지겠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세계 유일 패권국가인 미국의 당면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종차별 논란 등 국내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미국을 하나로 잇는 일이 바이든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와 일방적 보호무역주의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불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의 말처럼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큰 게 사실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다자주의와 개입 정책을 주장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외관계에서 동맹을 재건하면서 실추된 미국 위상을 복원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외교안보·통상분야 정책이 바뀌면 한반도 정세에 격랑을 몰고 오게 된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정상회담 중심의 ‘톱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실무협상부터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보텀업’ 방식의 점진적 비핵화에 치중할 것이다. ‘선(先) 비핵화, 후(後) 경제협력’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되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일 공산이 크다. 우리 정부는 이제 메아리 없는 종전선언을 외치는 ‘보여주기식’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미국은 한·미동맹 관계를 강조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그는 부통령 시절이던 2013년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에 반대하는 쪽에 베팅하는 건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계속 한국에 베팅할 것”이라고 했다. 삐걱대던 한·미동맹의 균열을 메울 기회가 되겠지만 그 대가도 적지 않을 것이다. 통상분야에서도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이제 미·중 갈등 국면에서 어정쩡한 ‘양다리 외교’로는 국익을 지키기 어렵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새로운 대외전략을 주도면밀하게 짜야 할 때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외교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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