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 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공직기풍

김선동 논설위원l승인2021.01.12l수정2021.01.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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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동 논설위원

요즘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자주 떠오르는 때가 없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도덕적 양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에서 비롯된 말이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한다. 초기 로마 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회지도층의 부도덕한 행태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근래들어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은 적이 별로 없다. 각 언론매체마다 도배되듯이 보도된 모 인사의 자녀 입시자료 위조사건이 재판을 통해 진실이 알려지면서 씁쓸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다. 일부 고위 인사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을 비롯해 모병원에서의 고위 인사 가족의 특혜 진료소식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가족들의 비도덕적인 소식을 접하면서 큰 실망감과 허탈감이 온 몸을 휘감는다.

평소에 착하고 정직하게 보였던 한 전직 고위 공직자 부인이 행한 부도덕한 불법행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이 놀라움과 실망감을 넘어서 심한 분노감마저 느끼게 한다. 처음에는 설마하고 안 믿었다. 본인들도 자신감 있게 해명하고 가짜 뉴스라고 해서 그렇게 믿었었다. 또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양파 껍질처럼 까도까도 계속되는 비이해적인 사안들이 밀물처럼 보도되었다. 결국에는 지난해 말경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대학생들이 시위를 펼치고 일부 대학 교수들과 원로 인사들의 시국선언이 행해질 정도로 사태가 심각했고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컸다.

특히 상대방을 몰아치며 가장 정의롭고 선하게 보였던 당사자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면이 보여져 슬프다 못해 연민과 심한 배신감마저 들었다. 높은 지위에 올라 있을수록 처신에 조심해야 하고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죽하면 수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울분을 토로하고 그의 위선적인 행동에 비분강개했을까.

사회지도층 인사의 가족이 이와 같은 불법적인 행위들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슬프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이 막강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 일수록, 사회적으로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자녀들일수록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되새기고 도덕적으로 근신하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국가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통제되고 규제되면서 사회체제가 유지된다. 법은 입법기관에 의해서 제정된 타율에 의한 규범행위이다. 현대사회는 법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그러나 모든 법이 만능일 수는 없다. 국가가 아무리 완벽한 법을 만든다고 해도 모든 것을 완전무결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법조항에 허점이 보이고 맹점과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를 보완하는 사회적 기제가 관습이요 도덕이다. 관습은 인간들이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 상호간에 주고받는 폐해와 불편함, 불공정함에 대하여 생활화되고 규범화된 사회적 기제이다. 이에 반해 도덕은 인간의 내재적 양심에 의해 규범적으로 자연스럽게 관습화된 자율기제이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데

도덕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이다.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는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용하며, 또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다.

권력을 갖고 있는 권력자와 높은 지위에 있는 관료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 것을 법을 아전인수(我田引水)으로 해석하고 법에 의해 해결하려고 하는 법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럴 경우 법 조항을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해석해서 자칫 법의 허점을 악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법 이전에 높은 도덕심으로 언행을 자제하고 불법행위를 삼가야 한다. 따라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일수록 높은 도덕심으로 정신을 무장하고 솔선수범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국정수행 자세가 요구된다. 위와 같은 마음가짐이 본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를 위한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우리나라 속담을 가슴깊이 되새겨야 한다.

김선동 논설위원  webmaster@shilb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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