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의 으뜸 계룡산(鷄龍山)

백절 황인두

 

금닭과 비룡들은 계룡팔경 빚어놓고

국사봉 천지창운비(天地創運碑) 길지라 고하노니

쌀개봉 디딜방아의 쿵쿵 쿵더쿵 정겨워

 

안개 속 관음봉은 아스라이 보일 듯 말듯

바람은 능선 따라 운치를 싣고 가나

무심한 급경사 철 계단에 오만함이 확 사라져

 

가파른 은선폭포(隱仙瀑布) 소나무 기암절벽

숨어 산 신선들이 세상에 뛰쳐나와

삼불봉(三佛峰) 설화 상상에 폭포 절경 잊었나

 

전설의 남매탑에 애틋한 사랑 얘기

색욕을 버리고서 수행에 매진하니

상원암(上元庵) 풍경소리가 맑은 향불 피운다

 

무서운 군홧발에 천황봉(天凰峰) 비켜서니

서러운 2인자에서 벗어난 삼불봉(三佛峰)은

계룡산 손님맞이에 사랑방을 닦고 있네

 

좌청룡 우백호라 기도발 하늘 솟고

볼거리 자연성릉 어찌나 절벽인지

노송도 의연함 멀리하고 인기척에 손 뻗어

 

천황봉 굽이굽이 조용히 내려와서

문필봉(文筆峰) 소맷자락 끌고서 사라지니

마지막 처절한 한 쌍 목숨을 건 사랑하려나

 

역광에 숨어 있어 쌀개봉 갈 수 없고

천황봉 가부좌에 엄숙한 뒷걸음질

숨소리 거친 발길에 요란법석 떨고 있네

 

높은 곳 마다하고 후미진 돌 틈 사이

선지보다 붉은 낙엽 소스라쳐 깨어나고

계룡산 동월계곡 따라 만추 빛깔 흐른다

 

동학사(東鶴寺) 담장 넘어 철 지난 가을 끝에

바람이 데리고 온 외로움이 걸려있네

비구승 승복 소매에 바람꽃 사내 함께 가

 

-. 과욕은 행복을 가두는 감옥이다.

 

【계룡산 해설】

 

계룡산 하면 떠오르는 것이 명당, 도사, 샤머니즘 그리고 갑사로 가는 길이 생각난다. 계룡산은 사시사(四時四)철 다 좋지만 시인의 경우는 가을, 겨울산행이 인상 깊다.

 

1수ㅡ계룡산이라는 산은 무학대사가 전국을 돌면서 조선 초기 도읍지를 찾으러 다녔는데, 이곳을 보고 금닭이 알을 품는 모습이고 또 한편으로는 용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이라 하여 닭계(鷄)자와 용용(龍)자를 따서 계룡산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국사봉의 천지창운비(天地創運碑)에는 계룡산 일대가 천하의 가장 좋은 땅이라 말하고 있다. 비록 쌀개봉은 올라가지 못하지만, 쌀개봉처럼 생긴 봉우리가 잔치 떡을 빚으려고 디딜방아를 신명 나게 치고 있어서 정겨움을 느꼈다.

 

2수ㅡ은선폭포를 들머리로 올라서 가장 먼저 반기는 봉우리가 관음봉(觀音峰)이다.

정상석에서 인증 샷하고 실루엣과 운무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 가는데 바람이 어디론가 데려가서 혼자 즐기려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관음봉을 지나면 급경사 철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딴생각하고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그래서 오만한 잡생각하고 내려가면 큰코다친다.

 

3수ㅡ신선이 숨어 있다 하여 은선폭포라고 한다.

절벽에 소나무들과 폭포가 어우러져 산 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숨어 사는 신선도 계룡산의 절경 중 절경인 삼불봉(三佛峯)의 설경이 그리워 뛰쳐나와 오르고 있는 것 같다.

 

4수ㅡ계룡산에 남매탑의 전설은 한 편의 남녀 간 애절한 간극에 수행과 사랑이 따로 흘러나왔다.

스님과 처녀 사이에 사랑이냐? 수행이냐? 순간마다 엇갈린 감정이 뒤섞였을 것이다.

비록 스님이 수행을 택하여 남매로 비구와 비구니로 수행하다가 한날한시에 열반에 들었다니 기쁜 일이다.

 

남매탑이 시원스럽게 다정하게 마주 보면서 상원암을 지키고 있다. 지금도 풍경소리에 애틋함이 묻어나는 남매간의 정이 흐른다.

 

5수ㅡ계룡산의 정상은 천황봉이다.

우리나라 모든 산이 정상에는 시설물 설치되어 있어서 경관을 훼손하여 보기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계룡산의 최고봉을 삼불봉이 차지한다.

화악산도 신선봉에 군사시설이 있어서 중봉에 정상석이 있는데 단체로 인증 샷 하는데도 비좁다. 삼불봉에서는 사방팔방으로 계룡산의 절경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다.

 

6수ㅡ 계룡산은 한마디로 전국에서 명지라하여 기도발이 제일 좋다고 한다.

계룡산에서 가장 볼거리가 거대한 규모의 성처럼 생긴 자연성릉인데 바라만 보고 있어도 오금이 저리고 탄성이 절로 난다.

자연성능의 어르신 소나무도 들려오는 인기척에 자존심을 내려놓고 "좀 도와주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7수ㅡ 하산 길에 뒤돌아보면 천황봉과 문필봉이 계곡을 따라 만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천황봉의 남자가 느끼하게 내려와 고운 문필봉의 소맷자락 끌고서 억새밭에 껴안고 눕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8수ㅡ 계룡산의 쌀개봉은 갈 수는 없고 생긴 모습이 쌀처럼 생겨서 쌀개봉이라 한다.

그리고 천황봉을 군사 시설물 때문에 접근이 어려웠지만, 산 꾼들의 다리는 천근만근이요. 심장박동은 쿵쿵거리며 요란법석 떨고 있다.

 

9수ㅡ 계룡산의 가을 추(秋)가 계곡물 따라 흐르다 작은 돌 틈 사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붉은 낙엽에서 찾았다.

그리고 동월계곡에 가을빛이 물살에 비추고, 바람이 놀려 와서 흔들어 대니 산란기가 되었나?

 

10수ㅡ 조계산이 송광사. 선암사를 안고 있듯이 계룡산은 갑사와 동학사를 품고 있어서 더욱 유명하다.

동학사를 지나가다 돌탑 담장 너머로 가을의 몸부림을 느꼈고, 앳딘 비구니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쳐다봤다.

승복 소맷자락에 아직도 세속의 흔적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여승이 원하는 것이 뭐지 모르지만 꼭 찾았으면 했다.

 

한양대학교 법학과졸

문예사조 신인상

남부서예공모대전입상

(사)한국창작문학인 본상

대한민국사회봉사대상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대상(문화예술)

대한민국 최고국민대상(문화예술)

대한민국 大한국인 대상(문학)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