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하면서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에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차기 미 상원 외교위원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실망스럽고 걱정된다”라고 보도했다. 결국,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압박하라는 요구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해 미·일·중·러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외교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게다가 남북이 분단되어있어 사실상 섬나라 신세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그간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은 정치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이었고, 경제적으로는 수출국가로의 발돋움이었다. 이런 해양국가로서의 생존전략은 적중했고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북방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 국가들과 수교를 맺었다. 특히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하면서까지 중국(당시는 중공이라 불렸다)과 수교한 지 내년이면 30년이 된다. 이렇게 대륙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권력을 3대째 세습하면서 핵무기까지 소유하게 된 북한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개선되는가 싶었지만, 김정은의 핵무장 강화로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남북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면서 극악스럽게 반발하는 북한을 보면 분노를 넘어선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더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무력으로 다스릴 수는 없는 법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공멸을 부르는 재앙일 뿐 호전주의자들의 객기에 좌우될 문제가 아니다.

남북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이미 제1의 교역국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지금은 북한이 중국과 혈맹으로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이지만 중국 내 한국의 위상은 점점 커가고 있다. 물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로 발생한 한한령(限韓令)이나 굴종 외교 등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중 관계를 수교 이전으로 돌릴 수는 없는 문제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 대한민국의 등이 터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새우 등’에 머물 순 없다. 우리도 고래가 되어야 한다. 고래가 되려면 북의 비핵화를 대전제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이 절실하다. 남과 북이 더이상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주인으로 설 수 있을 때 통일은 오고야 말 것이다. 주인의식 없이 발전한 국가가 세계 어디에 있었던가? 노예근성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새우 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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