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지방화는 시대의 흐름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상품과 문화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이야말로 선진국 형 지방자치의 모델인 것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데에는 중앙집권적인 현행 헌법 구조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등 헌법이 지방의회의 입법권 및 지방정부의 행정권, 재정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의 자주적인 발전에 제약이 따른다.

그러다보니 지방은 모든 면에서 열악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는 ‘특례시’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경기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가 대상이다.

그런데 실제 개정 지방자치법을 보면 특례시는 지방자치단체의 한 종류로 분류돼 있지 않다(2조). 대도시에 대한 특례 인정(195조) 조항에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를 명시해 놓고 “이하 ‘특례시’라 한다”고 부연했을 뿐이다. 추가 특례를 둘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어떠한 특례가 주어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수원·고양·용인·창원 등 4개 특례시가 중앙정부 차원의 특례시 추진기구를 구성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앙부처가 가진 여러 사무와 권한을 이양하려면 중앙부처 간의 조율이 필요하고, 이를 조율할 강력한 추진기구가 없다면 특례시에서 아무리 특례사무를 발굴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특례시 차원에서 일일이 사안별·부처별로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특례시 추진기구가 반드시 존재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4개 특례시 시장,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 등 20여명이 참석해 인구100만 특례시 위상에 걸맞은 행정·재정적 권한의 법제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을, 중장기적으로는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및 지방분권법·개별법 개정을 논의했다. 이는 광역자치단체도 할 수 있고, 특례시도 할 수 있는 특례 사무를 발굴하고, 상호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연구해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특례시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광역단체장과 특례시장들 간 견해차가 크다. 조율이 요청된다. 시·도지사들은 지방정부끼리 재정을 조정하면 가난한 도시는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돼서 옳지 않다며 행정 특례는 인정하되 재정 등 세부적 사항에선 동의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진짜 갈등은 지금부터 시작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 공포 뒤 정비될 특례시 관련 시행령이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어서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00만에 육박한 대도시의 특례 요구가 거세질수록 광역자치단체와 특례시 사이 대립이 노골화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회는 선진국 사례 등을 고려,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가 꽃피는 데 지혜를 모으길 당부한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