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민들의 주거안정 업무를 담당하는 공기업이다. 한데 일부 직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100억 원대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LH 직원들이 투기 목적으로 광명·시흥지구 토지를 구입했다는 제보가 민변 민생위원회에 접수돼 토지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한 결과 10여 명의 매입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LH 직원과 배우자 지인 등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시흥 과림·무지내동 10개 필지(2만3028㎡)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사들인 농지에 발표 직후 대대적인 나무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있다. 모두 보상을 노린 것으로 여겨진다. 가뜩이나 집값·전셋값 상승으로 서민들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판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셈이다.

토지 매입가격은 100억 원대로 추산됐다. 매입 과정에서 금융회사를 통해 약 58억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이런 토지 매입이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것)’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분석이 맞으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과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위반의 가능성이 크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 사안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도시 개발 정책 관리에 대한 부실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번에 파악한 지역 외에도 다른 3기 신도시 대상지, 본인 명의 외에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를 동원한 경우 등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개연성이 짙다. 더욱 큰 문제는 공직윤리 실종이다. [그림입니다.] LH는 토지분양, 택지개발, 청약정보, 매입임대 등 각종 개발정보를 다루는 전문공기업인 만큼 임직원의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2018년에도 LH 직원 3명이 경기 과천시 신도시 개발지역 도면을 유출하는 등 임직원의 정보유출 및 투기의혹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주택사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LH 임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토지 투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국민적 분노를 사기에 족하다. 공공주택사업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수용 대상 지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거나 생계를 유지하다가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주민들은 심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국 지역에 대한 전수 조사가 요청된다. 사정당국은 정보 유출 여부 및 불법 투기 행위 등을 엄정 조사하고, 사실로 드러나면 연루된 자들을 무겁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자본시장에서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는 중대범죄로 다뤄지지만 현행 부동산 법에는 엄벌 규정이 없음을 인식, 관련 입법 보완에 나서길 촉구한다. 이번 일은 문재인 정부의 신뢰가 달려있는 문제다. 정권 차원에서 명백히 밝혀내고 연루자들은 엄중 조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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