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달식 논설위원

‘인간의 조건’이란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로는 두 작가의 책이 유명하다. 1901년 파리에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난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1927년 상하이 쿠데타를 배경으로 허무주의적 고독감에서 탈출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배경은 ‘상하이’이지만,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대항하는 반나치즘 투쟁에 가담하였기에 본질은 나치 치하에서 일어난 극단적 조건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일본인 고미카와 준페이가 쓴 책도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16년 만주 랴오둥반도에서 태어난 그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최악의 환경에서 근원적인 인간의 조건을 말하며 인간을 사랑할 근거를 찾고자 했다.

앞서 설명한 작가들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설정한 것에 반하여, 필자는 인생을 설계하고 이를 통해 행복하게 하려는 한 인생 디자이너 입장에서 말하고자 한다. 인간의 조건은 종교는 물론 취미나 성향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의 조건’은 ‘성공한 삶을 사는 인간의 조건’ 내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인간의 조건’의 줄임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직, 꿈 그리고 열정”을 ‘인간의 조건’으로 설정하였다.

무엇보다 먼저 와야 하는 것은 ‘정직’이다. 서양의 문화가 기독교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들은 ‘정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닉슨 씨가 워터게이트사건(Watergate Case)으로 인해 사임하게 된 것도 사건 자체보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화근이 되었다. 반면에 우리의 문화 속에서는 여전히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큰돈을 벌고, 높은 자리에도 올라가며 법적으로도 보호는 받는 사례가 많이 있다. 심지어 가짜뉴스를 만들어 사람들을 선동하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데도 이를 처벌할 마땅한 법이 없다. 독일의 경우 가짜뉴스인 경우 최고 640억 원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정직하지 않을 경우 힘이 있는 동안에는 무마할 수 있지만 끝나 파경에 이르는 근인이 된다.

돈과 권력을 통해 가짜 증인을 만드는 사례는 성경에서 아합왕이 나봇이란 사람의 포도원을 빼앗을 때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무수한 사건들이 돈과 권력 앞에 거짓을 말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필자는 인생 설계 강의 시에 이 시대의 특징 중 하나로 ‘자기 유익을 위해 거짓을 말한다.’를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그 거짓이 결국 화살이 되어 자신이나 자손들에게 돌아오게 되어있음을 기억하여야 한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꿈’이다. ‘꿈’을 사전에서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삶의 목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유권해석을 하여 사용한다. 성경의 지혜서인 잠언에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라고 확대 해석이 되어 알려진 구절도 있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미국에서 사람이 가난한 이유를 ‘클래식을 배우지 않았다’라는 독특한 진단을 하고 거리에서 구걸하거나 안 좋은 방법으로 돈을 버는 아이들을 모아 클래식 음악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들은 클래식을 배우고 나서 자신의 존귀함을 깨닫고 삶의 자세를 바꾸어 가난을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 설계 방법의 하나가 자신을 존귀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남의 인생이나 목숨을 함부로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이 잃을 것이 없다는 자학적인 태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로 인식되면, 남들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이전투구에 말려들지 않으려 한다. 다시 말하면 꿈이 있는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남을 귀하게 여기고 시간과 기회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세 번째는 ‘열정’이다. 한때 유행했던 그릿(GRIT)이 열정보다 적절할 수도 있으나 일반적인 개념인 열정을 사용하였다. 성경이 말하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는 표현처럼, ‘열정이 없는 꿈은 가짜 꿈’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꿈은 있는데 여력이 안 되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시도하지도 못했고 혹은 도중에 실패하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상은 꿈을 잘못 설정했거나 막연한 희망이나 상상을 꿈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본다. 열정이 있다면 시간이 좀 많이 걸릴 수도 있으나, 진척이 안 될 수 없고 온전히 다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진정한 꿈은 시도한 자체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세계의 역사를 바꾼 사람 중에는 열정이 조건을 소화했고, 오히려 악한 조건이 꿈을 이루게 된 계기가 된 경우가 많다. 반대로 부모가 물려준 돈이나 지위로 말미암아 자신의 역량도 확인하지 못하고 꿈을 이루기 위한 시도조차 없이 인생을 마감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기여가 없이 만들어져서 상을 탄 경우와 같이, 인생 설계 없이 주어진 부나 지위는 허탄한 열매에 불과하다.

직장인 중에 ‘월급만큼만 일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좀 더 크고 넓게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기에 회사를 당장 떠날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투자하는 곳에서 자신의 진가를 찾아내야 한다. 참으로 꿈이 있고 열정이 있다면, 먼저 자신이 정직하게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남을 속이거나 자기가 속한 단체를 그저 이용만 한다면, 그 꿈은 이룬다고 하여도 자기의 인생에 도움보다는 해를 끼치게 된다.

필자는 직원을 선발하거나 기존 직원들과 면담을 할 때 ‘인간의 조건’을 수용하는지 물어본다. 같은 조직에서 살아가려면 능력과 꿈은 다를 수 있으나, 앞서 서술한 ‘정직, 꿈 그리고 열정’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같은 버스를 타고 가기 어렵다. 직장은 돈을 얻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기 인생의 주요 부분을 구성하는 부분이기에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동일하게, ‘인간의 조건’을 ‘정직, 꿈 그리고 열정’이라고 정의하는 데 동의하는지 물으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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