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논설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동산 정책만은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대통령의 임기 말 큰소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뿐 아니다. 부동산 대책에 0점을 만들어 참으로 난처한 골칫거리공사로 전락했다. ‘무자격’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표를 냈는데도 “부동산 공급대책 기초는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처리를 미적거리고 있다.

‘내 편’만 중용하는 인사가 화근

이런 와중에 LH 고위간부가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경기 파주사업본부 직원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LH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부동산 투기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공사의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인 고위 간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까지 갔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공사의 직원들은 변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 재직 기간에 땅 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대통령은 너무나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이 없다고 국민들을 여기고 있다.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못하는 것은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사실 변 장관은 국회 인서청문회에서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회사 고위직에 동문 등 친분 있는 자들을 무더기로 임용한 것뿐만 아니라 주식 시세차익 억제를 강조하면서도 막상 자신은 대규모 대출까지 끼고 강남아파트를 매수한 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야당 반대를 무시하고 인서청문보고서도 받지 못한 후보자를 29번째로 막무가내 임명했다. 그가 “문재인 정부가 주택정책을 제일 잘 한다”는 황당한 칭송에 자기편 챙기기 인사를 강행해 ‘내 편’이면 무조건 중용(重用)하는 인사스타일이 화를 초래했다.

전임 김현미 장관이 부동산 정책 25전 25패로 집값과 전셋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손을 들자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살려보겠다고 등판한 변 장관은 요즘 대통령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주요 인사에 늘 자기편만 골라 쓰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이번 4·7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변창흠 장관이 LH공사에 재직 시 신도시 정보에 쉽게 접근이 가능한 내부직원 20명이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돼 투기수요가 많은 경기 시흥·광명지역 땅 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100명에 이르는 직원이 수사·내사 대상자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문 대통령은 “공공주도형 부동산 대책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국민의 귀에 허황된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아집이 초래할 한국경제의 미래를 걱정한다. LH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변 장관의 경질 요구가 여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땅 투기 사태가 보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파문 14일 만에 국민에게 송구하다면서 첫 사과를 했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투기의혹 규명·세제 개선 시급

문 대통령은 진즉 부동산 정책실패를 깨끗이 인정한 뒤 각종 규제를 풀고 민간공급을 유도하면 그만이었다. 이번 사태가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악영향을 주고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요즘 국토부가 작년보다 19% 오른 전국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 등 공공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해 전국적인 집값폭등의 후폭풍이 거세다. 공시가 9억원 초과 공동주택 보유자들은 종합부동산세 폭탄에 직면하고 있다. 공시가 12억 원 아파트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작년보다 43%가 늘어난 432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 값을 78%나 끌어올린 부동산 정책실패의 부담을 주택 보유자들이 세금으로 떠안게 생겼다. LH 투기의혹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퍼져가는 사태에 부동산 적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투기 방지책을 또 남발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로 투기의혹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애매한 국민만 잡는 부동산 세제도 시급히 검토해서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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